[김준형의 오토인사이드] 구불구불 코너에 살 떨리는 고저차…더 짜릿하게 자동차를 즐기는 법

입력 2019-03-1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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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싱 트랙, 운전 체험·완성차 드라이빙 행사 등 자동차 문화 선진화의 바로미터

▲현대차가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 오너를 대상으로 기획한 아반떼컵 레이싱 모습.  뉴시스
▲현대차가 준중형 세단 아반떼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일반 오너를 대상으로 기획한 아반떼컵 레이싱 모습. 뉴시스
대한민국은 세계 7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손가락에 꼽을 만한 자동차 강대국이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전히 뒤처진 분야가 ‘모터스포츠’다. 자동차 개발과 생산 기술이 앞서 나갈수록 이에 맞춰 자동차 문화도 성숙해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모터스포츠는 자동차 산업 발달과 궤를 함께한다. 산업 발달과 함께 자동차 문화의 선진화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인 셈이다.

레이싱 트랙은 단순하게 모터스포츠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 이외에 다양한 안전운전 체험 이벤트나 완성차 메이커의 드라이빙 이벤트를 열 수도 있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면서 점진적으로 자동차가 고성능 시대에 접어든 만큼, 빠르되 보다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때 중요한 인프라가 레이싱 트랙인 셈이다.

연간 2800만 대가 팔리며(한국은 약 180만 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여전히 후진적인 자동차 문화를 지니고 있다. 빠른 경제 성장으로 자동차 보유 대수는 급격히 증가했으나 이에 걸맞게 자동차 문화와 운전자의 인식 변화가 뒤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선진 자동차 문화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에 걸친 교통 문화와 안전운전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국내에 자리한 자동차 레이싱 트랙은 이런 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일반인의 눈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서킷에서 체험주행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발급받으면 일정 시간 비용을 지불하고 레이싱 트랙을 달릴 수 있다.

마음먹으면 지금이라도 당장 라이선스를 받아 체험할 수 있는 국내 트랙을 소개한다.

▲레이싱 트랙은 다양한 안전운전 체험은 물론 대학생들의 자율주행차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레이싱 트랙은 다양한 안전운전 체험은 물론 대학생들의 자율주행차 경연장이 되기도 한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1995년 경기도 용인 옛 자연농원에 ‘용인 모터파크’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경남 창원시가 시가지 트랙을 만들어 F3000 경기가 개최할 때까지 국내 유일의 온로드 레이싱 트랙이었다.

개장 초기에는 시즌이 한창일 때 에버랜드 고객을 위한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등 운영 미숙을 드러내기도 했다.

초기에는 1주 2.1㎞ 수준의 소규모 서킷이었다. ‘최고 속도’보다 다양한 드라이빙 기술이 필요한 곳이었다. 강원도 태백 준용 서킷이 완공되기 전까지 사실상 국내 유일의 상설 레이싱 트랙이기도 했다.

2009년 확장 및 보강 공사가 시작돼 지금의 모습(1주 4.5㎞)을 갖췄다. 약 7년여 만인 2016년에 CJ 슈퍼레이스 개막전이 열리면서 국제 기준을 맞춘 새 트랙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5월에는 AMG 스피드웨이로 명칭을 바꿔 세계 최초의 메르세데스-AMG 이름을 쓴 트랙이 됐다. 소유주는 삼성물산이다.

◇경기도 포천 레이스웨이

지난해 하반기 경기도 포천에 문을 연, 최신식 서킷이다. 수도권 어디에서나 1시간 남짓이면 도달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을 지녔다.

포천시가 한탄강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고, 2015년 민간 주도의 레이싱 트랙 설립이 추진됐다. 국내 베테랑 드라이버 출신이 직접 트랙을 설계했으며, 해외 서킷의 다양한 사례 분석을 통해 전문성을 갖춘 트랙으로 평가받는다.

1주 3.16㎞에 트랙 너비 11미터, 19개 코너, 고저차 9m 등을 갖춰 이른바 ‘테크니컬 트랙’으로 손꼽힌다. 일반인도 회원으로 등록하면 정해진 기간 내 차를 몰고 트랙을 달릴 수 있다.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린 류주경 대표는 배우 겸 레이서 류시원 선수의 여동생으로 알려져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 프로 레이싱팀 운영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2013년 봄에 첫 개장했다. CJ그룹이 후원하는 슈퍼레이스가 자주 열린다. 개장과 함께 다양한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서킷의 전체 길이는 3.908㎞이며 코너 수는 19개. 특히 국내 최초로 서킷의 구간을 북쪽 트랙과 남쪽 트랙으로 나누어 별도로 경기를 운용할 수 있다. 그만큼 서킷의 활용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북쪽 트랙만의 길이는 2.577㎞, 남쪽 코스의 길이는 1.3㎞다.

서킷 부지 내에는 고급 콘도까지 마련해 놓았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북측 응원단의 숙소로 활용됐다.

◇전남 영암 F1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에 자리한 곳으로 국내 유일하게 F1 규격에 맞춰진 서킷이다. 총길이는 5.615㎞이며 코너는 총 18개다. 트랙의 일부분만을 사용하는 상설 서킷의 길이는 3㎞를 조금 넘는다.

전라남도가 처음 추진했으나 계속되는 적자로 인해 결국 F1 조직위원회는 발족 5년여 만에 해산했다. 건설에 4000억 원이 투입됐으나 개장 이후 4년 동안 19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 결국 후속 대회 유치가 무산됐다. 현재는 국내 모터스포츠 일부 경기와 완성차 메이커에 임대해 주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독특한 점은 대부분의 F1 서킷이 시계 방향으로 주행하는데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은 시계의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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