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준으로 손 회장이 보유한 자사주는 총 4만3127주다. 이 중 2만2831주는 ‘우리사주 조합원 계정’으로 가지고 있다. 전일 종가기준으로 약 3억200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 주식은 임원이 되기 전, 조합원 자격으로 갖고 있던 자사주다. 이런 큰 규모의 조합원 계정 주식을 보유한 이는 4대 금융사 CEO 중 손태승 회장이 유일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조합원 자격이 없는 자사주만 보유하고 있다. 두 회장은 애초에 조합원 계정 주식을 보유한 적이 없다. 임원으로 올라선 뒤부터 자사주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자사주 1만2000주 중 3600주의 조합원 계정 주식을 들고 있다.
우리사주는 근로자들이 자사주를 취득하게 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주로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는 주체가 된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한다.
CEO가 우리사주조합 계정의 주식을 갖지 않는 이유는 노조와의 이해관계 탓이 크다. 우선 사내등기 이사(임원)로 등록되면 우리사주의 조합원 자격이 박탈된다. 회장의 경우 조합원 계정 주식을 보유할 동기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조합원 주식은 되레 우리사주(노조)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된다. 그래서 회사 임원이 되면 조합원 계정 주식을 매각하거나, 명의변경을 통해 자기주식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조합원의 운영권이 노조가 아닌, 사측에 있기 때문에 회장이 조합원 자격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는다. 조용병 회장이 일부 조합원 계정 주식을 들고 있는 이유다.
우리은행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보유할 것을 권고한다. 매달 30만 주씩 우리사주를 매입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4대 금융사 중 우리사주조합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분(약 4300만 주)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우리은행의 1만4000여 명(지난해 3분기 기준)의 직원 수를 고려하면 한 명당 못해도 3만 주를 가진 셈이다. 손 회장이 조합원 계정 주를 상당량 보유하고 있는 배경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회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선 개인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조합원 계정을 가진 입장에선 지분은 미약하지만, 사실상 노조의 방향성에 힘을 실어주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