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사 독점 지위 남용 심하다

입력 2008-07-04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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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죽이기'에 소비자는 '봉'

지역마다 독점 영업권을 갖고 있는 도시가스 공급업체들의 횡포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을 입주를 앞둔 한 재건축 아파트에 이미 70% 이상 설치돼 있는 디지털 가스계량기의 설치를 재검토하라는 공문을 입주자대표인 조합장과 건설사 등에 보내 영업을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출입하고 나면 도시가스 연결비도 턱없이 비싸고, 카드 결제도 안돼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잠실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가는 디지털 가스계량기를 놓고 도시가스 공급업체인 대한도시가스와 가스계량기 생산업체인 옴니시스템간 싸움이 한달째 계속되고 있다.

디지털 계량기는 일반 계량기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가스를 얼마나 썼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의 고유가 시대에 가스 소비 패턴을 파악해 에너지절약을 스스로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계량기는 오는 9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잠실 재건축 아파트 단지 1만8000 세대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치되고 있는 것.

그러나 이곳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대한도시가스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대한도시가스가 잠실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 시공단에 디지털 가스계량기 선정을 재검토 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미 옴니시스템은 시공사와 계약을 통해 70%인 1만4000여 세대에 설치를 끝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도시가스는 디지털 계량기 가격과 교체 비용이 일반 계량기보다 비싸고 국내 최초로 디지털 계량기로써 검증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시공사에 계량기 교체를 요구했다.

대한도시가스 관계자는 "과거 보급된 원격검침 계량기의 관리 및 교체 등과 관련된 민원이 많이 발생해 추후 민원예방과 유지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홍보차원에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한도시가스의 이런 요구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옴니시스템측 입장이다.

박정균 옴니시스템 전무는 "국가의 검정을 받아 합격된 제품인데 첫 상용화이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대한도시가스의) 논리라면 모든 분야의 신제품은 불안해서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공문에는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명시돼 있어 홍보성 공문이라고 보기엔 석연치 않다.

실제로 조합장과 시공사에 보낸 공문에는 통상 1~2년의 A/S기간을 교체주기인 5년으로 늘리고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상 계량기 제조업체에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맺도록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 놨다.

시공사측도 대한도시가스와 옴니시스템간 싸움에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가스안전공사의 가스공급필증과 지역가스공사인 대한도시가스가 가스공급개시 필증을 내줘야 준공이 완료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권을 독점하고 있는 도시가스사가 민원 예방 홍보 차원에서 '공문'을 보냈다고 하지만, 이를 순수하게 '홍보'라고 볼 수 없다는 것. 시공사 관계자는 "홍보 차원이라고 하면서 왜 공문을 공론화해서 보냈는지 이해가 안된다"면서 "결국은 도시가스사 때문이라도 양자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가 공론화되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에 착수하는 등 뒤늦게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전출입시 도시가스를 해체하고 연결하는 비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도시가스 공급 자체가 독점체제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이전·설치 업무가 지역관리업체에 위탁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도시가스 공급지역 내에서 이사를 하더라도 전입과 전출시 도시가스 해체와 연결비를 각각 지불해야 한다. 특히 같은 아파트 내 같은 동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도 해지와 재설치라는 명목으로 두번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또한 이 때 지불되는 도시가스 연결비를 현금으로만 내야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도시가스 지역관리소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고, 소비자들은 어쩔 수 없이 돈을 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시가스협회 관계자는 "도시가스 연결비는 각 공급업체별로 별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카드 납부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경우 권역별로 대한도시가스, 예스코, 서울도시가스, 강남도시가스, 한진도시가스 등의 업계가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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