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독일을 압박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이 5G 네트워크망에 화웨이 참여를 허용하면 앞으로 독일과의 정보 공유를 제한한다고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처드 그레널 독일 주재 미 대사는 독일 경제장관에 서한을 보내 독일 5G 네트워크망에 화웨이 혹은 중국의 다른 통신장비업체의 참여를 허용하면 지금까지와 같은 수준으로 안보 협력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WSJ는 이번 서한은 미국이 ‘화웨이’와 관련해 동맹국에 처음으로 날린 경고라고 지적했다. 또 동맹국가가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 미국과의 협력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현재 유럽 국가들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서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정보를 얻고 있다.
미국 정부 관리는 독일 이외에 다른 국가들도 같은 경고 서한을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
미국 정부는 수개월 간 동맹국들에게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설득해왔다. 화웨이 장비에 도청장비가 설치돼 중요 정보들이 중국 정부 손에 넘어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화웨이가 스파이 행위에 연루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강화된 새 가이드라인 규정을 준수한다면 중국업체도 5G 입찰에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독일 통신규제기관인 연방네트워크기구(BNetzA)는 연방정보보안청(BSI)의 도움을 받아 통신보안 새 가이드라인을 펴냈다. 이 가이드라인에 예상과 달리 ‘화웨이’란 이름이 명시되지 않았다.
그레넬 대사는 서한에서 통신 시스템은 방위 및 정보 협력에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리고 화웨이 및 국영 ZTE 같은 회사는 미국과 동맹국 간의 기밀유지를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럿 마퀴스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5G 네트워크는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구축되기 때문에 제조업체가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 동맹국이 구축하는 5G 네트워크망의 소프트웨어는 결국 제조업체에 의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그레넬 대사의 서한에서 제기된 우려는 새로운 게 아니며 우리 정부는 국가 또는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떤 활동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