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 극복없이 ‘노동개혁 대타협’ 되겠나

입력 2019-03-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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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고 나섰다. 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다. 홍 원내대표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며,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을 쉽게 허용하되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한 ‘덴마크 모델’을 제시했다.

홍 원내대표는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과 공공부문 정규직 노조가 3∼5년 동안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노총은 즉각 “노동자·시민에만 양보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말이 좋아 대타협이지, 되지도 않을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대립적 노사관계, 후진적이고 경직된 노동시장의 구조개혁이 우리 경제의 최우선 해결과제가 된 지는 오래이다. 글로벌 경쟁력평가기관들 모두 끊임없이 지적해온 고질적 문제다. 작년 10월 나온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도 우리 노사협력 경쟁력은 세계 124위로 바닥이었고, 정리해고 비용(114위), 외국인 노동자 고용 용이성(104위), 고용 및 해고관행(87위) 등도 최하위 수준이었다. 인적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함으로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노동시장 유연성을 거론한 홍 원내대표의 발언이 주목되는 건 사실이다. 이런 걸림돌부터 제거하지 않고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뒤늦은 자각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친(親)노동에 편향돼 왔던 정부 정책의 의미 있는 변화까지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사회적 대타협 의지가 진정성을 갖는지 의문이다. 솔직히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동안 노동개혁을 가로막은 게 지금 정권과 민노총 세력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전제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을 위한 양대 지침이 지금 정권에서 폐기됐다. 성과연봉제를 통한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도 없던 일로 만들었다. 기득권에 맞서 지난 정권이 어렵게 이뤄낸 최소한의 개혁마저 되돌렸다.

여태 거꾸로 가다가 이제 와서 노동개혁과 사회적 대타협을 말한다.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사회적 합의기구로 새로 출범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마저 지금 ‘귀족노조’의 기득권 세력인 민노총에 휘둘려 반쪽 상태다. 여당과 야당, 정부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개선대책까지 경사노위 의결에 실패했다.

민노총은 홍 원내대표의 노동개혁 주장에 대해 “이런 모습 보려고 ‘적폐정권’을 끌어내렸던 게 아니다”라고 반응한다. 정권 교체의 공신이라는 그들의 착각이 끊임없이 기득권을 키우기 위한 청구서를 남발하게 만들고, 정부는 계속 민노총에 끌려가고 있다. 노동개혁의 절박한 현안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풀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어떤 대화, 개혁도 거부한 채 제몫만 챙기겠다는 민노총을 넘어서지 않고는 공염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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