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트레이더스 서울 1호 월계점은? 4km 코스트코 상봉점과 경쟁

입력 2019-03-13 15:24 수정 2019-03-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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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ㆍ‘한국식 델리’ 전략으로 차별화...연 매출 목표는 1400억 원

▲트레이더스 월계점 매장입구(남주현 기자 jooh@)
▲트레이더스 월계점 매장입구(남주현 기자 jooh@)

13일 개점을 하루 앞두고 찾은 이마트 트레이더스 서울 1호점인 월계점 매장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초저가 상품이 눈에 띄었다. 매장 입구 가전 코너에서는 55인치 UHD TV를 44만8000원에 판매한다. 비슷한 성능의 대기업 제품(약 150만 원)에 비해 3분의 1 가격이다. 2ℓ짜리 6묶음으로 판매하는 ‘마이워터’ 생수는 1880원에 불과했다. ‘호주산 와규’와 ‘생연어’는 기존 유통업체와 비교해 30~40%가량 저렴하다.

트레이더스의 히트 상품인 에어프라이어는 7.2ℓ 대용량으로 월계점에서 첫선을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병행 수입과 해외 소싱 등 유통 구조 혁신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면서 “생수 역시 동원과 5년가량의 협의를 통해 400원 정도 가격을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품 진열만 둘러봐도 알 수 있듯이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핵심 경쟁력으로 ‘초격차 상품기획(MD)’을 꼽고 있다. 초격차 MD란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해 다른 업체에서 따라 할 수 없는 차별화 상품을 일컫는다.

▲7.2리터 에어프라이어기 (남주현 기자 jooh@)
▲7.2리터 에어프라이어기 (남주현 기자 jooh@)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2010년 경기도 용인시에 첫선을 보인 지 9년 만에 서울에 입성했다. 대형마트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올해 초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온라인과 트레이더스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2년 사이 부실 점포 5개를 정리한 이마트는 올해 출점 계획이 전무하지만 트레이더스는 올해에만 3개의 신규 오픈을 앞두고 있다. 트레이더스는 올해를 1등 창고형 할인점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공격적인 신규 출점을 통해 2030년까지 50개 점포,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앞으로 이마트의 오프라인 정책 향방을 책임질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점포는 기존 이마트 월계점의 주차 부지를 증축해 만들어 이마트와 나란히 있다. 3~4층은 통로로 연결된다. 노원과 도봉, 강북 등 서울 동북부 6개 행정구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다. 점포 반경 3㎞ 이내 거주 인구가 120만 명이고 7㎞ 이내엔 100만 가구, 240만 명이 거주하는 등 배후도 탄탄하다. 매장 면적 역시 9917㎡(3000평), 연면적은 축구장 6.5배 크기인 4만5302㎡(1만3704평)로 만만치 않은 규모다.

트레이더스가 내세우는 또 다른 핵심 전략은 한국식 델리다. 월계점에서 판매하는 부대찌개와 감자탕 등 한식 기반의 신선식품은 그동안 창고형 할인점에서 볼 수 없던 상품이다. 대표 상품인 ‘가즈아 부대찌개’는 가정에서 바로 불에 올려 끓여먹을 수 있도록 개발했다. 특히 신선식품 코너는 투명 유리로 제조 과정을 공개한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신선식품에 주력해 경쟁력을 높였다”면서 “주요 경쟁자인 미국계 코스트코가 내놓지 못한 상품으로 차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 ‘가즈아 부대찌개’ 밀키트 제품(남주현 기자 jooh@)
▲ ‘가즈아 부대찌개’ 밀키트 제품(남주현 기자 jooh@)

코스트코와의 한판 대결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월계점과 코스트코 상봉점은 직선거리로 4㎞에 불과하다.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점포 반경 3㎞ 이내를 직접 상권, 반경 7∼10㎞ 이내를 간접 상권으로 본다. 코스트코 상봉점과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간접 상권으로 경쟁해야 하는 사이다. 트레이더스는 연회비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코스트코에 비해 유리하다.

하지만 코스트코 상봉점(1만3223㎡)은 트레이더스 월계점보다 1.3배가량 매장 면적이 넓은 데다 경의중앙선 및 7호선 상봉역과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매장에서 보기 힘든 제품을 판매하는 점도 이점이다. 민영선 트레이더스 부사장은 “핵심 상권에서 겹친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월계점은 인근 경쟁업체의 매출 10% 이상을 빼앗아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코스트코에 비해 접근성 부분에서 아쉬운 대목이 있다. 1호선 광운대역과 직선거리 300m에 불과하지만 역 뒤편에 위치해 기찻길이 가로막고 있다. 실제 광운대역에서는 도보로 20분 이상이 걸린다. 바로 옆에 동부 간선도로가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기 편리하지만 동부 간선은 만성 정체에 시달리기로 유명하다. 트레이더스 오픈으로 더욱 혼잡해질 우려도 높다.

여기에 기존 이마트 주차장을 활용해 지은 만큼 주차 공간 부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마트의 주말 객수는 3만 명이 이른다. 다만, 회사 측은 “트레이더스 월계점은 1274대, 이마트는 843대를 주차할 수 있어 인근 경쟁사에 비해 주차 공간이 넓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트레이더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25.5% 늘어난 1조9100억 원, 영업이익은 23.9% 증가한 626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목표는 30.6% 늘어난 2조4940억 원이다. 이 중 월계점의 연 매출 목표는 1400억 원이다.

▲트레이더스 월계점 매장 전경(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매장 전경(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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