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리츠 상장이 철회되면서 온라인 전용 배송센터 12곳과 창고형 할인매장인 스페셜 점포 매장 82곳 설립 등을 골자로 하는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의 중기 마스터플랜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투자금 확보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당초 목표치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14일 리츠 상장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이 리츠는 4조3000억 원의 국내 자산 규모를 자랑했다. 공모 희망가는 4530~5000원으로, 공모 규모만 1조5650억 원~1조7274억 원에 달했다. 시가 총액은 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리츠 측은 홈플러스홀딩스의 매장 44곳과 홈플러스스토어즈의 매장 7곳을 매입한 뒤 임대료 등으로 수익을 내고 이 중 90% 이상을 다시 주주들에게 6개월 단위로 배당해 연 6~7%의 수익률을 낼 것으로 자신했다.
특히 홈플러스는 51개 매장을 리츠에 매각하면서 4조 원 이상을 확보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회사 인수를 위해 조달한 4조 원대의 차입금 중 일부를 갚고, 나머지를 온라인 사업 및 창고형 할인매장 강화 등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여기에 차입금을 일시에 상환할 경우 이자비용 1300억 원도 투자로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리츠 상장 철회는 이런 임 사장의 플랜에 직격탄을 날렸다. 홈플러스는 2014년과 2015년 각각 2980억 원, 1826억 원의 당기순손실 이후 2016년 흑자전환(3231억 원)했지만, 2017년에 다시 전년보다 당기 순익이 28% 감소(2399억 원)하며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규제가 강화되고 내수 부진으로 당분간 출점 계획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동김해점과 부천중동점을 폐점하기까지 했다. 지난해 실적 역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투자 확대와 정책 수립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 사이 경쟁업체인 신세계는 지난해 1월 디지털 시프트를 선언해 온라인 1조 투자 계획을 알렸고, 10월에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의 투자를 끌어냈다. 올해 3월에는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을 출범시켰다. 롯데 역시 작년 8월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 5년간 3조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했다.
이에 비해 홈플러스는 대주주 MBK 매각설에 시달리며 마스터플랜을 세우지 못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사모펀드는 이윤을 남겨 되파는 것이 최대 목적인 만큼 3~4년간 투자가 주춤했다. 하지만 최근 리츠 상장을 추진하며 매각설을 잠재웠다. 무엇보다 자금 수혈을 통해 중장기 투자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특히 3월 말로 예정된 간담회를 통해 임 사장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전용 배송센터를 늘리고 창고형 할인점포인 ‘스페셜 매장’을 확대하고, 육가공 센터 증가를 통해 신선식품 비중을 늘리는 등의 중장기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점쳐졌다. 유럽 최대 유통연합인 EMD 가입에 따른 PB제품 수출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츠 상장 철회에 따라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투자 계획 역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우선 기존 3월 말 예정이던 간담회를 4월로 미뤄 일부 계획을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투자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리츠 흥행에 따라 투자금이 더 늘어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상장 철회에 따라 최초 플랜으로 돌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완전 철회가 아닌 만큼 재검토 후 다시 상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