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DMZ에서 다이아몬드 캔다

입력 2019-03-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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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크리스토퍼 리브)이 석탄을 한 움큼 손에 쥐고 꽉 짜자 잠시 후에 호두만 한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영롱한 빛을 발한다. 이 장면은 다이아몬드의 특성은 물론 어떻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례이다. 물론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하려면 잘 연마해야 하지만 슈퍼맨이 그런 능력을 손안에 갖고 있다고 설정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슈퍼맨은 그야말로 모든 면에서 슈퍼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가?

보석의 정수로 불리는 다이아몬드, 아름다운 광채를 발하는 이 보석은 아주 희귀하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다이아몬드(Diamond)라는 말은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에서 유래됐다. 이는 A와 Damas의 합성어로 A는 부정을 의미하고 Damas는 정복을 의미해, 다이아몬드는 ‘정복할 수 없는 것’이란 뜻이다.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지하 100마일에서 300마일 사이에 있는 맨틀이라는 암석층에 있는 탄소 퇴적물이 수백만 년 동안 엄청난 열과 압력을 받아 다이아몬드로 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더구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는 현존하는 물질 중 가장 값이 싼 탄소의 순수한 결정체라는 점이다. 석탄이나 연필의 흑연 등이 모두 탄소이다.

근래 학자들은 한반도 비무장지대(DMZ) 지역에 다이아몬드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이와 같은 놀라운 추정이 나오게 된 것은 지구과학 분야에서 1960년대부터 정설로 인정되고 있는 판구조론(Plate tectonics) 때문이다. 대륙이동설에 의하면 곤드와나 대륙에서 떨어져 나온 북중한판과 남중한판이 있는데 북중한판은 서쪽 귀퉁이에서 로라시아 대륙과 부딪치며 이때 북상하던 남중한판이 다가와 둘이 충돌한다.

두 개의 대륙이 충돌했다면 충돌부가 압축된다. 충돌한 두 대륙의 지각물질은 히말라야와 같은 거대한 산이 형성되며 땅 아래로는 이보다 훨씬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이때 지각물질이 들어가는 깊이는 100킬로미터 이상의 맨틀 깊이 수준인데 이곳에서 다이아몬드나 코어사이트(coesite)와 같은 고밀도 광물과 에클로자이트(eclogite)라고 하는 암석 등 초고압 광물이 형성된다.

학자들이 한반도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올 수 있다고 추정하는 것은 한반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국 대륙에서 다이아몬드가 출토되기 때문이다. 1989년 중국의 충돌대는 중국 중앙부에 동서 방향으로 발달하고 있는데 중국 친링산맥-다비산 일대와 산둥반도의 수루 지역에서 놀라운 암석이 발견됐다. 지하 약 150km 이상 깊은 곳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추정하는 다이아몬드와 코어사이트, 오피올라이트, 에클로자이트 등이 발견된 것이다. 그런데 중국의 대륙충돌대는 동쪽으로 한반도의 임진강대까지 연장된다. 중국과 같은 대륙충돌대라면 동일한 광석들이 발견되는 것은 상식이라 볼 수 있다. 한반도 지역에서도 고압광물인 다이아몬드가 출토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상상의 일만은 아니다.

서울대학교 조문섭 교수도 다이아몬드 같은 초고압광물이 임진강대 어딘가에 부존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진강대가 군사분계선, 즉 DMZ라는 인공의 벽에 의해 차단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미흡하지만 남북한 간의 긴장 완화로 이들 지역이 개발될 수 있다면 DMZ가 엄청난 부가가치의 현장이 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런 희망을 엿보여 주는 증거도 있다. 국내에서도 다이아몬드가 발견된 예가 있기 때문이다. 1935년 2월, 지질학자 박동길(朴東吉) 교수가 사금과 석류석을 감정하던 도중에 0.1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발견했다. 다이아몬드가 한국에서 발견되었다고 하자 학자들 사이엔 진위 여부로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도 유명한데 현재 서울대학교 25-1동 3층 복도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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