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협상 새 복병...美반도체 업계 “중국 수입할당제 거부”, 왜?

입력 2019-03-19 11:01 수정 2019-03-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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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영향력 커질 것 우려...향후 6년간 300억 달러 구입 제안 거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아이젠하워빌당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리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아이젠하워빌당에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열리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미중 무역협상 타결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 반도체 업계가 새 복병으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가 미국에 제안한 미국산 반도체 칩 수입 확대안을 미 반도체 업계가 거부하고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 1조 달러(약 1131조 원)어치 이상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수입하도록 중국에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 반도체 업계는 해당 항목에서 반도체를 제외하라고 미 정부에 호소했다. 해당 산업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용이 매우 높은데, 중국에 수입 할당량을 정해 놓으면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에 생산 공장을 의무적으로 지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관료주의적인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 뻔하다.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높여 중국 경쟁사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얘기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존 네퍼 회장은 “칩 수입량에 관계없이 할당제는 중국의 영향력을 키울 위험이 있다”며 “시장은 정부가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향후 6년간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반도체칩을 수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재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반도체 물량의 5배 규모다. 당시 미국 반도체 업계는 그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현재 동남아시아에 있는 생산 공장을 다 중국으로 옮겨야만 가능하다며 거부했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67억 달러어치의 반도체 제품을 수출했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공장에서 제조돼 중국에 판매되는 제품까지 합하면 8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업계는 추산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칩 수입 확대안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중국은 지난달 미국산 반도체 칩 수입 규모를 향후 6년간 300억 달러로 줄여 다시 제안했다. SIA는 이달 초 전화 회의를 갖고 이 제안도 거부했다.

시장조사업체 IBS의 헨델 존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중단 없는 반도체 칩 공급을 원하고 있지만 그걸 충족시키려면 필연적으로 중국 반도체 시장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해당 업계가 원하지 않는 어떤 협상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미국 반도체 회사들은 중국 정부를 상대로 한 미국의 다른 협상 전략에 대해서는 지지를 표했다. 특히 지적재산권 보호나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감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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