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불황 탈출하려면 실수 줄여라”

입력 2008-07-0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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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로 타격을 입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전 세계적인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미와 유럽은 1980년대 이후 가장 큰 불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지니스 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유럽시장의 경우 5월 판매는 전년동월비 7.8%가 감소했다. GM유럽법인 포스터 사장은 이에 대해“유가 상승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원자재 가격 상승 및 환율 문제에 의한 생산 둔화가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유럽의 5월까지 판매가 전년동기비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해 서유럽 판매가 1450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는 J.D. 파워의 수정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둔화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 자동차산업에 대한 전망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GM북미법인은 최근 판매 급감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산설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는 외부적인 요인 외에도 전략적 실책에 따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평상시와 같은 상황이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하지만, 미국 경기침체에다 유가급등에 따라 전략적 실책의 영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특히 대형 픽업트럭과 SUV에 과도하게 의존해 온 미국 빅3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 포르쉐, BMW, 아우디 등도 미국시장용 모델의 연비 향상 노력을 외면해 장기적인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외에 무리한 인수·합병 및 제휴, 브랜드 및 모델 전략의 부재, 품질 향상 노력 외면 등으로 인해 많은 업체들이 시련에 직면해 있다. 애스턴마틴과 재규어, 랜드로버 등을 잇달아 매각한 포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뼈아픈 점은 1970년대 석유파동을 겪은 미국 빅3가 고연비 소형차 개발을 게을리 함으로써 오늘날의 시련에 직면한 것처럼 과거의 사례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했다는 것이다.

GM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시보레 볼트를 2010년까지 출시할 계획이고,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이와 비슷한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 이것이 너무 늦은 일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는, 픽업트럭과 SUV에 대한 지나친 의존해온 미국 빅3를 꼽을 수 있다. 경량트럭의 전성기였던 2004년의 경우, 포드 판매 차량의 68.8%, 크라이슬러와 GM 판매의 각각 66.7%와 59.7%가 경량트럭이었다. GM의 허머를 비롯한 대형 SUV와 픽업트럭은 미국 빅3의 주력 상품이지만, 판매 급감으로 인해 과감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 GM은 허머 브랜드의 폐기 또는 매각 등 전략 수정을 검토할 정도다.

◆미국 빅3, 연비 향상 노력 외면 대가 톡톡히 치뤄

현재 미국 빅3의 유일한 소형차는 GM대우차가 생산하는 시보레 아베오(젠트라)인데, 아베오의 판매대수는 도요타 야리스의 절반에 불과한 반면, 야리스 판매는 전년동기비 50% 증가하고 있다. 미국 환경청(EPA)의 추정에 따르면 스마트 포 투와 같은 2인승 경차에서부터 중형 승용차 혼다 어코드에 이르기까지 수입 브랜드들이 모든 차급에서 최고의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

가격할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크라이슬러가 1975년 가격할인을 시작한 이래 최근 포드의 F-150 직원가 판매에 이르기까지 할인판매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미국 빅3는 소비자들의 할인판매 기대 심리 불식에 실패했다.

즉, 소비자들이 할인판매를 기대해 구매를 연기하면서 재고가 쌓이면 업체들은 가격을 인하하는 악순환 발생하고 있는 것. 올해 미국 빅3는 렌터카 회사 등에 대한 대량 일괄판매를 축소했으며, 생산을 감축함으로써 할인판매 발생요인을 축소시키고 있다.

포드는 핵심사업인 자동차를 등한시하고 부대사업 강화 전략을 취하다 어려움이 가중됐다. 자크 냇서는 1999년~2001년 포드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포드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서비스 회사임을 선언하고, 금융, 부품 및 서비스와 인터넷 기반 서비스 등 자동차 관련 부대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냇서는 포드 몬데오를 기본으로 재규어 X-타입을 개발함으로써 2001년부터 미국시장에서 재규어 브랜드 가치를 훼손시켰고, 냇서 사장 당시 인수했던 PAG그룹의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최근 인도 타타차에 매각했다.

핵심 사업을 등한시한 사례는 GM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GM북미법인의 자렐라 사장은 1996~2001년 기간 동안 새로운 브랜드 관리 전략을 추진하면서 통합 상품이라는 개념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GM은 시보레와 같은 사업부로서의 특징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말리부를 브랜드로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했고, GM은 당시 각 브랜드의 이미지 차별화를 추진했지만, 사업부별로 비슷비슷한 모델들을 출시함으로써 차별화에 결국 실패했다.

미국 빅3는 품질 향상 노력 외면의 책임도 받고 있다. 포드 익스플로러의 파이어스톤 타이어 불량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유가 급등 이전부터 SUV 위기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2000년부터 익스플로러의 전복 위험 가능성과 회사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무시했다는 소송에 직면했다.

이에 포드는 타이어 교체 비용으로 20억 달러를 지불했으며, 파이어스톤으로부터 2억 4천만 달러를 배상 받았지만, 금전적 손해 이외에 안전을 우선해 SUV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특히 여성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무리한 기업 간 인수·합병 및 제휴는 빅3의 가장 큰 실수로 꼽힌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360억 달러 규모의 합병은 세계적인 사건으로 북미와 유럽, 아시아에서 판매와 생산하는 전 세계적인 기업은 한 지역에서의 위축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다임러 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없었으며, 고급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와 대중 브랜드인 크라이슬러는 기술 공유에 실패했다.

크라이슬러 크로스파이어와 메르세데스 벤츠 SLK가 기술을 공유하면서 메르세데스 브랜드는 치명상을 입었고, 크라이슬러도 기술 공유 효과 향유에 실패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 합작사는 2004년에 일본 합작사 미쓰비시를 분리하였으며, 2007년 8월에 서버러스가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인수함으로써 합작사가 와해됐다.

무리한 기업 간 인수·합병 및 제휴로 꼽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GM-피아트-후지중공업의 제휴다. GM은 2000년에 각각 피아트와 후지중공업 지분 20%를 인수하는 데에 240억 달러와 130억 달러를 지불했으며, 피아트는 240억 달러의 GM 주식을 취득했다. 또한 피아트와의 계약에는 GM이 피아트 나머지 지분의 인수 의무를 갖는 풋옵션 조항 포함됐다.

GM은 2004년 피아트에 대한 투자를 상각했으며, GM은 피아트와의 계약 해지에 20억 달러를 지불했다. GM은 2004년에 외장을 변경한 스바루 임프레자를 사브 9-2X로 출시했지만, 사바루(Saabaru)라는 혹평을 들으며, 결국 후지중공업 지분을 7억7500만 달러에 매각했다.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폭스바겐이 2003년 후반 고급 세단 페이톤을 아우디가 아닌 폭스바겐 브랜드로 미국시장에 출시하려는 계획을 세울 당시, 미국의 폭스바겐 딜러들을 포함한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미국시장 딜러들은 고급차 고객들이 폭스바겐 브랜드 구입을 고려하지 않으며, 폭스바겐 고객들은 7만 달러에서 10만 달러의 고급차 구입을 생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 것.

폭스바겐은 딜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에히 회장의 주장대로 페이톤을 미국시장에 출시했지만 딜러들의 판단이 옳았으며, 폭스바겐은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페이톤을 미국시장에서 철수시켰다.

결국 이러한 사례들을 요약하면, 과거 실패한 사례만 잘 분석해도 현재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비켜갈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특히 어려움에 처한 국내 자동차업계가 참고로 삼을 만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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