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료 전원이 쇠고기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괄사의를 표명한지 한 달여 만인 7일 청와대가 장관 3명과 차관 1명을 바꾼 소폭 개각을 단행한 것과 관련 야권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맹비난하며 정국이 다시 급랭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한승수 국무총리와 함께 환율시장 개입으로 물가불안을 초래한 경제팀 교체와 관련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유임, 최중경 차관 경질'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과 관련 비판이 일고 있다. 전면 개각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내각이 총사퇴했던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을 벌써 잊어버린 것 같다"며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생색내기용 개각"이라고 평가했다.
차 대변인은 "경제팀을 바꾸라고 했는데 기획재정부 차관 정도를 교체하면서 개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기를 남겨놓은 대법관이 감사원장에 임명되는 이런 희한한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세균 신임대표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 "고유가에 대비하지 못하고 높은 환율정책을 쓴 것이 경제장관인 만큼 유임은 곤란하며 경제팀은 바꾸는 것이 옳다. 이 정도의 혼란이면 일대 국정쇄신이 중요하다"며 경제팀 교체를 촉구했다.
자유선진당도 박선영 대변인은 "이 정도의 개편으로 그칠 것이었다면 왜 한달 전 전원 사표를 받아놓고 즉각 반려하지 않았냐"며 "헌법상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실효성 있게 보장하고, 고환율 정책, 물가.유가 폭등을 부채질한 경제팀을 비롯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을 반드시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창조한국당 김지혜 부대변인은 “이번 내각 소폭 개편은 그간 보여줬던 보은인사와 돌려막기 인사에 이은 이명박 대통령의 진정성 없는 인사 방식을 국민에게 또 한 번 소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민노당 강형구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달 가까이 내각개편을 미뤄오던 정부가 이제 와서 슬그머니 '두세 명 교체'로 꼼수를 부리며 국민을 우롱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내각개편은 이명박 정부 국정기조의 전면전환을 위한 개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가 교체 대상으로 원세훈 행정안전부, 정종환 국토해양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을 꼽으며 전면 개각을 촉구했다.
진보신당 신장식 대변인도 "이번 개각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도 없을 것이고 경제위기 국면을 돌릴 수도 없을 것"이라며 "내각은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박연대 송영선 대변인은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폭등을 방관한 현재의 경제팀에 대한 경질이 없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현재의 경제 난국을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당초의 초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경제 각료의 개편은 이루어졌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은 특히 강만수 재정부 장관 유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최 차관은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성장일변도의 정책을 추구해온 현 경제팀의 구성원으로 경질은 당연시 된 것"이라며 "경제 난국의 최고 책임자인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은 희생양을 내세우는 정도에 그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국정쇄신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을 철저히 무시한, 참으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개각"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은 민심의 흐름을 도외시하고 지금의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도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청와대의 개각발표를 보면 정부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번 개각에 대해 논평을 통해 “이번 인사는 전문성과 자질, 도덕성, 지역 등을 갖추고 국민정서도 감안한 개각으로 평가한다”며 "향후 국정 안정과 경제난국을 현명하게 풀어가 명실상부한 새 정부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정부 출범 초 현안 등으로 내각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과 기회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 총리에게 한 번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라며 “국정의 연속성과 안정성, 고유가 등 국내외의 어려운 여건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