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에 대한 희망이 또 다시 멀어졌다.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치매 신약의 임상시험이 중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회사 에자이는 함께 치매 신약 아두카누맙을 개발했다. 초기 임상시험에서 고무적인 결과가 나왔으나 최근 진행한 임상시험 최종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에 바이오젠은 이날 임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 표면의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키는 약이다.
미셸 보나토스 바이오젠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결과로 치매 치료가 얼마나 복잡한지와 신경 과학 관련 연구가 더 진전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실망하는 마음을 전달했다.
아두카누맙의 임상시험은 지난 20년 동안 치매의 주범으로 지목돼온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의 진위를 가리는 마지막 임상시험 중 하나였다. 그동안 일라이 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화이자, 머크, 존슨앤드존슨 등 대형 제약회사들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을 개발했지만, 임상시험에서 모두 실패했다.
임상시험 중단 발표로 회사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바이오젠 주식은 29% 폭락했고 에자이 주식도 35% 빠졌다. 바이오젠은 주가 하락으로 180억 달러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바이오젠은 아두카누맙 개발에 공을 들였다. 바이오젠은 치매 치료제 개발이 향후 매출에 상당히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회사의 베스트셀러 제품이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를 두고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년 매출만하더라도 8.6%에서 4.3%로 반토막이 났다.
이번 발표로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크다. 치매 치료제의 연간 매출은 수십 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평가받는다.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이 초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투자자들의 기대는 커졌다. 주가 상승에도 큰 역할을 했다.
바이오젠 대변인은 “이번 임상시험은 실패했지만 그동안의 연구가 앞으로 새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약 개발에 투자해준 모든 분들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