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에 분열되는 서방 세계...너도나도 ‘중국 카드'

입력 2019-03-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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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19-03-24 15:1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탈리아가 서방국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공식 참여하면서 서방 세계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이탈리아를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일대일로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개최했다.

양국이 체결한 양해각서는 구속력을 가진 국제조약이 아니지만, 이탈리아가 주요 7개국(G7) 가운데 최초로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가 됐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를 두고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뤄진 거래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유럽연합(EU)은 중국 기업의 불공정 경쟁 등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중이다. 중국으로선 EU의 핵심 일원인 이탈리아를 우방국으로 끌어들이면 EU 내에서의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위상도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탈리아도 중국과 돈독한 관계를 다져서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양국이 이번에 체결한 MOU에는 동유럽을 잇는 슬로베니아와 접경한 트리에스테항, 북서부 제노바항의 개발에 양국이 협력한다는 등 총 29개 조항이 담겨있다. 이것 외에도 이탈리아 기업들은 중국과 농산물, 금융, 토목, 철강, 에너지 등 분야에서 총 25억 유로(약 3조2063억 원)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탈리아 집권당인 오성운동은 중국과 협력해 외자 유치, 고용 증가 등 성과를 내세워 다음 총선에 미리 대비하려는 속셈이라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반(反)EU를 제창하는 오성운동은 중국과 밀월 관계를 과시하며 EU 분열에 가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줄곧 중국을 경계해온 EU는 21~22일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도 중국 문제를 언급했다. EU 정상들은 회의에서 “시장을 충분히 열지 않는 중국은 EU의 경쟁상대이며 미지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며 경계감을 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EU 내 경제 규모 3위이자 EU 창립 멤버인 이탈리아가 중국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은 EU 내부가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외부에 심어줄 수 있다. 오는 5월 23~26일 치러지는 제9대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이탈리아의 반EU 입장을 피력할 수 있게 됐다.

서방 국가의 분열 조짐이 보이자 각국 대표들은 우려와 경고를 표명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개럿 마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앞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참여는 중국의 ‘헛된(vanity)’ 인프라 프로젝트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일대일로 참여가 경제적으로 이탈리아에 도움이 될지 회의적이며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의 국제적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유명한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22일 이탈리아 로마의 한 행사에 참석해 “중국의 약탈적 경제 모델을 살펴보고 결정을 재고할 것을 이탈리아에 충고한다”라며 “중국은 세계 패권을 위해 탐욕스러운 입맛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탈리아를 향해 경고를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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