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중국産 태양광, 국내 대기업 이름 달고 ‘불티’…토종은 할인·AS 해도 안 팔려

입력 2019-03-24 21:44 수정 2019-03-2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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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둔포면 JSPV 제2공장 앞에 위치한 주차장에 태양광 모듈 재고품이 쌓여 있다.    김유진 기자 eugene@
▲충남 아산시 둔포면 JSPV 제2공장 앞에 위치한 주차장에 태양광 모듈 재고품이 쌓여 있다. 김유진 기자 eugene@
“태양광 모듈 재고가 넘쳐서 주차장까지 나왔어요. 지금 눈에 보이는 것만 30억 원어치인데, 중국산 가격으로라도 팔고 싶지만 정부나 대형 시공사나 산다는 곳은 없습니다.”

19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 JSPV의 제2공장에 들어서자 주차장을 가득 채운 모듈이 먼저 눈에 띄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제조업체가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날 만난 이정현 JSPV 회장은 중국산 제품이 국내에 밀려오면서 오히려 ‘주객전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밀려 중소기업이 30개 이상 문을 닫았다”며 “대기업도 무너지고 있고 우리는 마지막 남은 모듈 제조 중소기업”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술도 우위에 있고 가격마저도 중국산에 맞춰 팔려고 해도 경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한탄했다.

정부에서 중국산 제품이 범람하는 상황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중소기업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한다.

그는 “대형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의 시공사가 국내 대기업이지만 중국산 모듈을 쓴다고 한다”며 “(해당 지자체가) ‘한국산 써달라’ 한마디만 하거나 국산인지 아닌지만 표기하라고만 해도 국산 제품을 쓰는 시공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이 회장은 중국산 제품의 애프터서비스(AS) 등 사후 대책이 전혀 없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8000억 원가량 수입한 BMW의 AS센터가 400여 개이지만, 1조5000억 원을 수입한 중국 태양광 모듈 업체의 AS센터는 없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산 태양광 모듈은 국내 대기업의 이름을 붙여 들어온다. 일반 소비자들은 중국산 모듈에 대한 인식 없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

일반 주택용 태양광용 중국산 모듈 중 취득한 인증대로 만들지 않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5년 뒤부터 모듈의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 것을 느끼고 AS를 하려고 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중국산 범람 속에서 중소 업체들의 생존을 위해서 정부의 대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중소기업 컨소시엄’이 필요한 사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의 신용도가 아닌 역량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기업 하나를 생존시켜서 중소기업 30개를 대체할 수 없다”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업 상생을 해야 고용창출이나 기업의 선진화 등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청업체 직원의 가족까지 세어보면 2000명인데 그 인원이 소박하게 대한민국 안에서 세금 내면서 살길 원한다”며 “정부가 태양광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되면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보듬어주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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