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의 악재에 프랑스 에어버스가 웃었다. 중국이 프랑스 항공우주회사 에어버스로부터 300대의 항공기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2위의 거대 항공 시장인 중국에서 프랑스가 미국을 제치고 입지를 다지게 됐다.
중국이 이날 프랑스로부터 구입하기로 합의한 항공기 규모는 300억 유로(약 39조 원) 규모에 달한다. 중국은 에어버스의 주력 상품인 A320 항공기 290대와 A350 XWB 제트기 10대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항공기 구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합의한 15건의 사업계약과 13건의 추가거래 중 하나에 불과했다.
중국의 프랑스 에어버스 선택으로 가장 치명상을 입은 곳은 미국의 보잉이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세계 여객기 시장의 양대 산맥이었다. 그러나 보잉은 계속된 악재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 맥스 8 여객기 추락으로 탑승객 157명이 전원 사망했고 작년 10월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의 같은 기종 여객기가 추락해 189명이 사망했다. 5개월간 2번의 추락사고로 전 세계 항공사가 보잉 여객기 보이콧을 선언했고 보잉의 시가총액은 사흘간 266억 달러(약 30조 원) 증발했다.
중국은 추락사고 이후 자국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96대의 보잉 맥스 8 여객기 운항을 국가 중 최초로 금지시켰다. 그리고 경쟁사 에어버스의 항공기 구입을 결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궁에서 시진핑 주석과 항공기 판매에 합의한 후 “우리는 중국 기업과 더 많이 합의에 나서야 한다. 에어버스의 이번 수주는 상당히 의미 있는 신호”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에어버스의 최고경영자(CEO) 기욤 퍼리는 “중국의 민간 항공의 성장을 지원할 수 있게 돼 영광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거점 확대는 우리의 자신감을 입증해 주는 것이고 중국과 다른 협력사에 대한 우리의 헌신을 증명해 주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보잉이 악재로부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는 가운데 에어버스가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항공기 수주를 따낸 것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보잉의 기대감도 컸던 게 사실이다. 데니스 뮬렌버그 보잉 CEO는 추락사고가 발생하기 전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항공기 부문에 상당한 경제적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항공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지역으로 손꼽혀 왔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시장이 향후 10년 이내에 세계의 가장 큰 항공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항공시장에 등극할 예정이다. 중국은 향후 20년간 7400대의 새로운 항공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세계 전체 3만7400대의 19%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