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첫 공판에서 “고의가 아닌 실수였음이 명백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 의장의 혐의가 입증돼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돼 이번 재판은 향후 카카오의 증권ㆍ금융업 진출 여부를 가를 수 있는 기로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부장판사는 26일 오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 대한 첫 공판을 심리했다.
김 의장은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당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카카오는 엔플루토, 플러스투퍼센트, 골프와친구, 모두다, 디엠티씨 등 5곳을 소속 회사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법원이 벌금 1억 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으나 김 의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날 김 의장 측 변호인은 5개사를 고의로 빠뜨려 자료를 제출했다는 혐의에 대해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담당 실무자의 실수”라며 “실무자도 몰랐던 내용을 김범수 의장이 인지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인했다. 더불어 “허위 제출 행위는 이후 공정위 전속고발 대상이 됐다”며 사건 공소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된 부분이 김 의장에게 유리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법리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전속고발 대상이 아니며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도 “부칙 경과 규정을 봤을 때는 시기가 특정된 것으로 보인다”며 변호인 측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한편, 김 의장 측은 빠른 재판 진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향후 금융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의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는 이르면 이달 중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의장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금융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되려면 5년 내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