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새로운 사업의 축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애플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의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동영상 스트리밍과 게임, 뉴스, 금융 등 새로운 서비스들을 대거 공개했다.
정액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 100종 이상의 게임을 제공하는 ‘아케이드’, 월 9.99달러에 300종 이상의 신문과 잡지를 읽을 수 있는 ‘애플뉴스+’, 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와 제휴한 새 신용카드 ‘애플카드’ 등이다.
애플 입장에서는 2007년 아이폰이 탄생한 이래 가장 획기적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업의 축을 사실상 ‘하드웨어’에서 ‘서비스’로 옮겨가며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 무대에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유명인들까지 여럿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그러나, 10여년 전 아이폰 등장 이후 애플의 이벤트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탓일까. 이날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1.21% 하락했다. ‘애플’이라는 브랜드 파워만으로 밀어붙이기엔 선발주자들의 입지가 너무나 확고부동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혁신의 선두에 섰던 애플이 뒤늦게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오히려 앞날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게 됐다는 분석이다.
우선,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보면, '애플TV+'가 업계 강자인 '넷플릭스 킬러가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이 서비스는 10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등의 지원 사격을 받아 전반적인 서비스를 내놨다. 하지만 다양한 계층과 채널, 파트너십이 얽혀있어 '심플'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만든 신용카드 '애플카드'다. 애플은 고객 확보를 위해 절차의 단순성, 보안의 강도와 편의성 등을 어필함과 동시에 캐시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나와있는 서비스로, 애플 기기를 많이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나 먹힐 아이템이다. 그나마 카드 번호가 없다는 점은 참신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애플의 참여는 JP모건, 캐피털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등 시장에서 확고한 기반을 쌓은 전통 금융기관의 분발을 촉구할 수는 있어도 업계 구도를 변화시키거나 현재의 과점 상태를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엑센추어에 따르면 이들 4대 금융사의 카드 시장 점유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가장 중요한 건 쿡 CEO가 이날 2시간에 걸쳐 설명한 새 서비스들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필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애플 주가가 1.21% 빠졌을 뿐, 경쟁 상대인 월트디즈니와 넷플릭스, 대형 은행주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왕년의 애플이라고 하면 동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어디든 널려있는 듯한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