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구직지원금, ‘눈먼 돈’ 안될 대책 뭔가

입력 2019-03-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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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25일부터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다. 이 사업에 올해에만 1582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만 18~34세 미취업자 가운데 고교·대학(원) 졸업 또는 중퇴 2년 이내이고, 중위소득 120%(4인가구 기준 월 553만6243원) 이하 가구원을 대상으로 최대 8만 명에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원한다. 지원금을 받는 동안 취업해 3개월 근속하면 취업성공금 50만 원의 현금도 지급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미취업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구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2017년 서울시가 시작한 ‘청년수당’ 사업의 중앙정부 버전이다. 청년실업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구직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은 당연히 필요하다. 통계청의 2월 고용동향 조사에서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9.5%나 됐고,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확장실업률은 24.4%로 사상 최악의 지표를 보였다.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현금성 지원이 자칫 ‘눈먼 돈’으로,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크다. 청년구직지원금이 실제로 구직활동에 쓰이지 않고, 취지에 맞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도 이를 검증·제재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우선 문제로 지적된다. 고용부는 현금 대신 클린카드 형태로 지급하므로 유흥이나 도박 등에는 사용될 수 없다고 하지만, 온라인을 통한 물품 및 서비스 구매를 막거나 이를 점검할 방법이 없다.

지원 대상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있다.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사실상 배제된다. 졸업·중퇴 후의 기간이 길고, 유사한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 지원 대상으로 먼저 선발된다. 고용부는 더 많은 청년들을 취업시장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구직을 위한 노력을 많이 한 청년일수록 지원받기 어려워진다.

구직지원금 성격의 청년수당 제도는 서울에서 시작돼 전국 지자체로 확산하고 있다. 경기·부산·대전에 이어 올해 대구·울산·인천·경남·전남 등이 새로 도입했다.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10곳에 이른다. 중앙정부 지원을 포함한 지자체들의 올해 청년수당 예산 규모는 38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럼에도 이 같은 현금성 지원이 실제로 청년 취업을 촉진하고, 실업 해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효과는 전혀 알 수 없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구직지원금의 목적을 달성하고 엉뚱한 곳으로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보완 대책이 절실하다. 돈만 주고 말 일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철저한 감독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다시 눈먼 돈으로 아무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국민의 세금 부담만 늘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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