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괴한이 침입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괴한 10명 중 1명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26일 공개했다.
앞서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닷새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괴한들이 침입해 공관 직원 6명을 결박하고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강탈한 사건이 발생했다. 몰래 숨어 있던 직원 1명이 도망쳐 스페인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하자 괴한들은 대사관 차량을 이용해 도주했고 다음날 포르투갈로 넘어갔다.
스페인 고등법원이 작성한 공식 문건에 따르면 이들 중 ‘에이드리언 홍 창’이라 알려진 인물이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며칠 후 그는 FBI와 접촉했고 침입 사건 정보 및 도주할 때 가지고 나온 전자기기에서 확보한 정보를 넘겼다. 괴한 10명은 한국과 미국, 멕시코 국적자들이 포함돼 있다. 스페인 유력 일간지 엘 파이스는 침입자 10명 중 최소 2명이 미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FBI는 “조사 중인 사건은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게 관례”라며 구체적인 논평을 거부했다. FBI 대변인은 “정보를 공유하며 스페인 사법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 정부가 이 사건에 관여했는지 묻는 질문에 “미 정부는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스페인 당국의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스페인 당국에 문의하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천리마민방위’가 이름을 바꾼 ‘자유조선’의 범행이라고 보도했다. ‘천리마민방위’는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한 단체다. 이들은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이번 대사관 괴한 침입 사건과 연관성을 인정했다. 다른 나라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이 사건을 벌이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