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자본시장 평가는?

입력 2019-03-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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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잃게 됐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라 주주권을 발동한 첫 사례이자, '주주 반대'로 국내 기업 총수가 물러난 최초의 사례로 향후 자본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조 회장은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을 지켜내지 못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전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함에 따라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여기에 이번 주총의 핵심 키를 쥐고 있던 외국인 주주들도 조 회장에게 등을 돌렸다. 캐나다연기금투자위원회(CPPIB),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투자공사(BCI), 플로리다연금(SBA Florida) 등 해외 주요 연ㆍ기금도 조 회장의 연임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 뿐만 아니라 대기업 오너의 전횡과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의지도 반영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위해 의결권 위임을 받아온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주주권 행사 시민행동은 총 140명의 51만5907주를 위임받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실패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경영진 교체가 일어난 첫번째 사례"라며 "최초의 사례는 항상 큰 의미를 갖지만 이 경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오너에 대해 주주들이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 부결 소식에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개장 후 보합권에서 등락하다가 10시께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4% 넘게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황 연구위원은 "대한항공의 주가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기업의 미래 경영실적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개선시켰다는 분석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기업 주총에서 의결권을 직접 행사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 역시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총 전 미리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해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가 시장의 신뢰를 받기 위해선 의사 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해 외부 전문가 그룹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공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 과정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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