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이날 주행거리 400km 이상인 순수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을 종전의 대당 5만 위안(약 844만 원)에서 2만5000위안으로 절반 삭감했다.
재정부는 또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 최소 주행거리 기준도 기존의 최소 150km에서 250km로 상향 조정했다.
이런 보조금 삭감은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정부 보조금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자체적인 혁신을 추구하도록 촉구하기 위한 의도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의 발전과 함께 생산비용이 감소하자 지금이 보조금 삭감에 나설 좋은 시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이전부터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여 2020년 이후에는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에 힘입어 고속 성장했지만 업계가 새 기술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정부 지원에 너무 의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조금 삭감 소식에 이날 관련주가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Nio)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7.3% 폭락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는 홍콩증시에서 최대 4.2%, 베이징자동차(BAIC) 자회사인 BAIC블루파크뉴에너지테크놀로지는 상하이증시에서 3.5% 각각 급락했다.
BAIC블루파크는 성명에서 “전기차 산업이 확실하고 거대한 압력을 받게 됐다”며 “이에 차량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야디는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준비를 완벽하게 해 왔다”며 “생산규모와 기술 측면에서 우리는 리스크를 견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보조금 삭감으로 업체 실적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니오는 가장 취약하다”며 “니오는 수요 확보에 고전하고 있지만 최근 판매가격을 낮출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는 니오의 전기차가 소비자들에게 더욱 비싸게 느껴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정부는 각 지방정부에 대해서도 전기차 보조금 삭감을 촉구했다. 지방정부 보조금 삭감은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며 이날부터 3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다.
제프리스의 패트릭 위안 애널리스트는 “재정부가 보조금을 절반으로 삭감한 것은 물론 지방정부에 지침까지 내린 것을 감안하면 총 삭감폭은 67%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40~50%를 크게 웃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