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예보]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 주동근 작가 "이재규 감독의 드라마화 믿고 있어요"

입력 2019-03-27 14:49 수정 2019-03-2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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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근 작가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 색깔에 맞는 정통 좀비물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연재를 시작한 2009년 당시에는 좀비를 소재로 한 웹툰은 찾기 힘들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주동근 작가는 '지금 우리 학교는'을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 색깔에 맞는 정통 좀비물을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연재를 시작한 2009년 당시에는 좀비를 소재로 한 웹툰은 찾기 힘들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파편이 돼 우리를 다치게 한다. 그러나 우린 이미 파편이 된 상태에서 서로를 만났다."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학생들. 극한의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유리 조각이 돼, 서로를 불신하고 공격한다. 국가는 이들을 방치하고, 도움을 줄 어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은 막다른 상황에서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학생들의 심리 상태를 소름 끼치도록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주동근 작가는 “이 작품을 그릴 당시, 제가 가장 잘 아는 공간이 학교였기 때문에, 학교라는 제한적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학교라는 공간은 가장 개방적인 곳이면서도 가장 폐쇄적인 곳이고, 이런 이중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주 작가가 평소 사용하는 연필과 연습장이다. 더 잘 그려내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해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주 작가가 평소 사용하는 연필과 연습장이다. 더 잘 그려내고 싶은 욕심은 많은데, 항상 시간이 부족해 힘들다고 그는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지금 우리 학교는’은 학생들이 좀비로 변하는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생존 학생들은 절박하게 지원 요청을 하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살 수 있던 학생들마저 계속 죽어 나간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보고 세월호 사고가 생각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주 작가 역시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뒤 다시 작품을 읽었을 때, 독자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작품을 그릴 당시가 2009년이었고, 세월호 사고는 2014년이었기 때문에 별개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많은 분이 두 사건이 비슷하다고 해서 다시 읽어보니, 마지막 부분 대사가 너무 비슷하더라고요. 제 작품에서 살아남은 학생이 ‘너희들은 아직 거기 있고, 나만 빠져나온 것 같아 미안하다’라고 말하거든요. 세월호 사고와 제 작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학생들이 희생당했다는 상황이 비슷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죠.”

작품에 나오는 경찰과 당국의 부진한 대응이 현실과 매우 닮았다는 반응에 주 작가는 “그때 뉴스에 보도됐던 우리나라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것뿐이고, 늑장 대처나 출동은 한두 번 있던 일이 아니니까요”라면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처럼 갑자기 헬기가 뜨고 비행기가 뜨는 식의 스토리 전개는 저 스스로 용납이 안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작품 캐릭터의 감정선을 어떻게 잡냐는 질문에 그는 “인물 하나하나에 완전히 몰입해서 그려내는 편”이라면서 “성격 자체가 낙천적이라 감정 소모가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작품 캐릭터의 감정선을 어떻게 잡냐는 질문에 그는 “인물 하나하나에 완전히 몰입해서 그려내는 편”이라면서 “성격 자체가 낙천적이라 감정 소모가 심한 편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주 작가의 작품은 웹툰에서 흔하게 볼 수 없는 좀비와 바이러스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좀비, 외계인, 귀신 소재에 흥미가 많았다. 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궁금한 이야기Y’나 ‘서프라이즈’다.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만화나 프로그램이 비현실적인 소재를 다룬다고 생각하지만, 주 작가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소재다.

“저는 좀비물에서 인간 사회와 비슷한 점을 많이 발견했어요. 어느 날 갑자기 퍼진 바이러스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사람들은 살기 위해 고군분투해요. 그러면 그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사람 간의 갈등은 정말 현실적이에요. 인간의 이기적인 면, 이타적인 면이 동시에 드러나죠.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도 생각했어요. 정부의 늑장대응과 사람 간의 불신이 영화와 똑같다고요.”

주 작가가 새로 연재하는 ‘아도나이’는 외계인을 믿는 사이비종교를 다룬다. 외계인을 믿는 종교라는 소재는 비현실적이지만, 사이비종교에 빠진 신도들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현실에서 그대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 그 경계에서 인간의 본성을 날것 그대로 포착하는 일. 주 작가의 강점이다.

▲이투데이 독자들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 캐릭터 그림으로 인사를 전해 달라는 요청에 주 작가는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 나갔다. 10년 전에 그린 작품이지만 주 작가의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이투데이 독자들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 캐릭터 그림으로 인사를 전해 달라는 요청에 주 작가는 거침없이 그림을 그려 나갔다. 10년 전에 그린 작품이지만 주 작가의 손길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나경연 기자 contest@)

‘지금 우리 학교는’은 JTBC드라마하우스가 판권을 구매했고, 곧 드라마로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영화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주 작가는 “이 감독님이 연출을 맡았던 ‘베토벤 바이러스’와 ‘다모’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이고, 이 감독님을 만났을 때 말이 너무 잘 통해서 ‘지금 우리 학교는’ 역시 좋은 드라마로 탄생할 것 같습니다”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그가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화에 바라는 것은 한 가지다. 완벽하게 잔인하게 만들어지는 것. 주 작가는 그림을 뛰어넘는 잔인함이 영상에 반영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좀비물의 재미가 완전히 살아나려면 시각적으로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국내 독자들도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나 영국 드라마 ‘데드셋’ 같은 해외 드라마를 통해 좀비물을 접하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그동안 마이너 분야였던 좀비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죠. 하지만 외국 작품에 비해 우리나라 좀비물은 수위가 너무 제한적이에요. ‘지금 우리 학교는’이 멋지게 만들어져서 해외에 수출까지 하는 작품으로 탄생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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