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강압 개입 역풍...터키 금융시장 다시 요동

입력 2019-03-28 13:10 수정 2019-03-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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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와 리라화 가치 급락·국채 금리 폭등 등 작년 여름 악몽 재현…투자자들의 터키 이탈 가속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융시장에 대한 압력이 도를 넘으면서 지난해 여름 터키 리라화 가치 폭락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터키 대표 주가지수인 BIST100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7% 급락해 쿠데타 미수 사태가 일어났던 2016년 7월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를 돌파했으며 미국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는 한때 2.5% 빠졌다.

해외에서 리라화 자금을 빌리는 데 적용되는 금리인 ‘리라화 오버나이트 스와프 금리’는 영국 런던 시장에서 연 1200%로 폭등했다.

이날 혼란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압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도화선이 됐다. 지난 22일 달러화 대비 리라화 가치가 갑자기 7% 급락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라화 방어 차원에서 자국 은행들에 해외 투자자와의 스와프 거래에 응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환율 스와프는 시세 변동 위험 헤지 거래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스와프 거래가 차단되면서 하루아침에 리라화 유동성이 고갈될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보유 주식과 채권을 대량으로 매각하는 등 터키 시장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한 것이다.

터키는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1.6%, 4분기는 2.4% 각각 감소하면서 경기침체에 빠졌다. 터키가 경기침체에 접어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예금에서 차지하는 외환 비율이 높아지고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감소하자 다시 지난해 여름과 같은 리라화 급락 조짐이 나타났다. 이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성급하게 무리수를 뒀다가 역효과를 낸 것이다.

앞서 터키는 지난해 여름 억류 미국인 목사를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와의 정치적 대립으로 외환위기가 발생해 한때 리라화 가치가 30% 폭락했다. 이에 수입물가가 급등하면서 물가상승률이 한때 25%를 찍었다.

식료품 등 물가의 가파른 상승과 실업자의 증가는 에르도안 정권 지지기반인 저소득층을 강타했다. 터키에서 오는 31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흔들리는 표심을 잡고자 외환시장에 개입했다가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수도 앙카라 등 주요 도시에서 시장직을 야당에 내줄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해외 투자자들이 환율을 흔들어대고 있다”며 외국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시장은 에르도안의 이런 태도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팀 애쉬 블루베이자산운용 신흥시장 애널리스트는 “터키 지도부가 과거의 잘못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업체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이니 선임 외환 애널리스트는 “터키는 22일 스트레스 테스트를 치른 것과 마찬가지였다”며 “이 시험에 떨어졌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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