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를 중심으로 주주친화적 배당 정책이 확산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대주주보다 배당을 더 많이 받는 ‘차등배당’을 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2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27개사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차등배당을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3곳)에 비하면 소폭 늘어난 수치다. 차등배당을 결정한 27개사 중 15곳(56%)이 코스피 상장사로 나타났다.
차등배당은 대주주가 소액주주에 비해 낮은 배당률을 받는 배당 정책이다. 통상 대주주가 스스로의 배당을 포기하고 배당 권리를 소액주주에게 양보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스튜어드십코드와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불면서 주주친화정책을 펼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주주가 주주총회에서 다뤄지길 바라는 안건을 직접 이사회에 제출하는 ‘주주제안’은 매년 증가했다. 2016년 31건에서 이듬해 66건, 지난해 92건으로 2년사이 3배 증가했다.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주제안 안건 중 ‘배당 확대’가 가장 많았다.
친(親)주주정책 확산과 함께 올해 처음으로 차등배당을 실시한 기업도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결산 현금배당을 일반주주(정부 제외)에 690원, 최대주주(정부)에 559원으로 차등 교부하는 배당정책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토니모리와 핸즈코퍼레이션도 기존 배당정책을 차등배당으로 변경한다고 정정공시를 통해 밝혔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배당이 가능한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대주주의 배당을 축소하고 일반주주의 배당을 확대하는 차등배당이 늘고 있다”며 “최근 한진칼 분쟁, 엘리엇 공세 등 시장의 주주환원 요구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진행되면서 기말배당의 결과도 가려지고 있다”며 “차등배당을 둘러싼 마찰도 적지 않은데, 최근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요구에 대해 대주주 지분이 높은 남양유업은 거부입장을 표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별로는 동방과 삼광글라스(최대주주 배당 제외), 쎄니트(최대주주 20원, 일반주주 30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등배당을 결정했다. SPC삼립(대주주 567원, 소액주주 1004원), 에이스침대(대주주 660원, 소액주주 1000원), 오리온홀딩스(대주주 210원, 일반주주 650원), 금호석유화학(최대주주 1200원, 기타주주 1350원) 등도 차등배당을 공시했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안이 부결된 사례처럼 기업은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강도 높게 고려해야하는 입장이 됐다”며 “향후 기업들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여러 정책들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