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오일쇼크 우려에도 에너지 소비는 '펑펑'

입력 2008-07-0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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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올 2월 들어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이래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제3차 오일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줄기는 커녕 거꾸로 늘고 있다. 특히 석유제품 가격 급등으로 휘발유, 경유의 소비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전력 소비는 급증하고 있다.

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휘발유 소비량은 하루 540만6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40만8000배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경유 역시 하루 1254만9000배럴로 전년 동기의 1224만9000배럴 대비 2.4% 감소했다.

이는 석유제품 소비가 줄어드는 계절적 요인뿐만 아니라 최근의 가격 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력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최대치인 하루 6225만㎾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20%나 급증한 수치다.

특히 과거 최고 기록인 지난해 8월21일의 6228만㎾와 불과 3만㎾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에 비해 훨씬 이른 시기부터 전력 사용이 늘고 있으며, 증가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력수요 급증의 원인은 당연히 날씨다. 그러나 전기요금이 석유제품에 비해 지나치게 싼 것도 '전기 과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분기 전력수요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 증가했다. 전기요금이 동결되자 석유제품 대신 전력사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에너지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각종 에너지 소비는 오히려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내부에선 "요금의 인위적 동결이 에너지의 무절제를 불렀다"며 전기요금 조속 인상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최근 지경부와 기획재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전제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지만 오름 폭과 조정 시기를 놓고 지경부와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5%를 넘어 6%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공공요금을 올릴 경우 서민생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의 가격이 왜곡돼 있는 것은 맞지만 가격을 통해 소비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단기적일 수 밖에 없다"며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 전환에 우선 힘쓰는 등 장기적 에너지 정책이 빨리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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