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광고로 보는 경제] 두유 노우 '마티즈'?

입력 2019-03-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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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 어느 잡지의 마티즈 광고.
▲1998년 11월 어느 잡지의 마티즈 광고.

기자는 지금까지 내 조국 대한민국김연아의 오른발박지성의 왼발이 있는 나라, 그리고 싸이강남스타일의 나라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기자가 틀렸나보다. 많은 영국 국민들은 한국을 마티즈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키야, 여기 마티즈뽕 한 사발…. 아니, 그 전에 대체 왜?

◇글로벌 명차 마티즈

마티즈1998년 3월 27일 출시됐다. 이 광고는 1998년 11월에 게재됐다.

광고에서 영국인들이 한국을 마티즈의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는 근거는 영국의 자동차 매거진 ‘왓 카?(What)’의 평가다. 광고에서는 ‘마티즈는 한국의 자동차를 다시 보게하는 차’라며 ‘좀처럼 흠잡을 곳이 없다!’고 평했다 밝히고 있다.

▲광고는 영국의 자동차 매거진 '왓 카'의 평가를 빌려 홍보를 하고 있다.
▲광고는 영국의 자동차 매거진 '왓 카'의 평가를 빌려 홍보를 하고 있다.

‘왓 카?’는 실제로 존재하는 잡지며 현재까지도 발간되고 있다. 다만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매체의 권위가 그리 높은 매거진은 아니라고 전해진다. 쉽게 말해 ‘탑기어’나 ‘오토카’급 잡지라고 보긴 무리라는 뜻.

마티즈는 원래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의 자존심인 이탈디자인(Italdesign)에서 피아트의 경차 콘셉트로 판매하기 위해 내놓은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피아트가 거절하자 대우자동차가 이 디자인을 구입했고, 덕분에 마티즈의 디자인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김우중 회장의 결단이 인수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 대우의 '영국 워딩연구소'. (출처=대우자동차 광고 캡처)
▲김우중 회장의 결단이 인수의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진 대우의 '영국 워딩연구소'. (출처=대우자동차 광고 캡처)

애초에 유럽 업체의 디자인을 채택하기도 했지만, 당시 대우자동차는 김우중 회장이 인수한 영국 '워딩 연구소'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유럽인들의 수요에 맞춘 자동차를 만들기에 모자람 없는 환경이었다. 아무리 자본주의 논리가 작용(?)했다 할지라도 ‘왓 카?’의 평가는 당시 영국의 진심을 담은 평가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선 어땠을까? 출시 시기가 1998년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군 이래 초유의 경제 대재앙 'IMF 사태' 직후에 나온 저렴하고 예쁜 경차 마티즈.

1997년 100대 대기업 대졸 초임 평균 연봉1860만 원이고 이로부터 1년 뒤 출시된 마티즈는 450만 원이었다. 올해 대기업 대졸 초임 평균 연봉3576만 원이니까, 비례식에 따라 계산하면 지금 가치로 865만 원 쯤 되는 차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22.2km/ℓ라는 경차 특유의 우수한 연비까지 보장되어 있으니, IMF 직후 불경기에 인기가 없을래야 없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한정판 에디션이 다 있었다. 이 얘기도 매우 재밌다.

▲같은 잡지에 실린 한정판 에디션, '마티즈 디아트'의 광고.
▲같은 잡지에 실린 한정판 에디션, '마티즈 디아트'의 광고.

◇다시는 한국의 ‘리틀 롤스로이스’를 무시하지 마라

‘마티즈 디 아트’.

한 달에 50대씩만 판매하는 한정판 마티즈다. 가격은 795만 원으로 일반 마티즈 가격의 두 배에 가깝다. 조금 민망한 미사여구들이 있지만, 광고 문구를 한 번 꼼꼼히 곱씹어보자.

‘이 차가 한편의 영화였다면 분명 걸작이라 불리웠을 것입니다. 이미 세계에서 ’리틀 롤스로이스‘라 격찬받은 차, 마티즈 디아트. 차의 예술적 가치를 아는 분께 매월 50대씩만 선보입니다.

▲롤스로이스.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롤스로이스. 아...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리틀 롤스로이스’…‘롤스로이스’…. 1998년, 이 해의 ‘광고 무리수 상’을 줄 수 있다면 기자는 이 광고에 주고 싶다.

왜 하필 비교대상이 롤스로이스인가? 상술했다시피 김우중 회장이 인수했던 대우의 ‘워딩 기술연구소’롤스로이스차량 설계를 맡은 바 있다. ‘롤스로이스’라는 이름을 빌릴 만한 최소한의 정당성은 확보된 셈.

▲화질이 안 좋지만 위는 마티즈 한정판인 1998년식 '마티즈 디아트'. 아래는 현대자동차의 당시 고급 세단인 2000년식 다이너스티. 마티즈 디아트 쪽에 들어간 우드 그레인이 특별히 아래의 다이너스티에 밀려 보이지 않는다. 시트도 마티즈 디아트 쪽이 더 고급져 보인다. (위=잡지광고, 아래=네이버 자동차 캡처)
▲화질이 안 좋지만 위는 마티즈 한정판인 1998년식 '마티즈 디아트'. 아래는 현대자동차의 당시 고급 세단인 2000년식 다이너스티. 마티즈 디아트 쪽에 들어간 우드 그레인이 특별히 아래의 다이너스티에 밀려 보이지 않는다. 시트도 마티즈 디아트 쪽이 더 고급져 보인다. (위=잡지광고, 아래=네이버 자동차 캡처)

광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우드 그레인이 눈에 띈다. 아시다시피 우드 그레인 내장재는 롤스로이스와 같은 고급 세단들의 상징이다. ‘마티즈 디아트’엔 비슷한 시기의 진짜 고급 세단인 현대자동차의 2000년식 ‘다이너스티’와 비교해 봐도 적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우드 그레인이 풍성하게 사용됐다.

이밖에도 전면부 크롬도금(메기 수염 같아 귀엽다), 투톤 컬러의 독특한 외형과 함께, 가죽 스티어링 휠과 기어봉, 직물시트 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위해 나름대로 세심하게 신경 쓴 모습은 높이 살 만 하다.

에이, 다 좋았는데…그래도 롤스로이스는 하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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