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이 29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세 번째로 부결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합의안이 통과되면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음에도 영국 하원은 또다시 메이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
영국 하원은 이날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 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놓고 표결을 진행했다. 결과는 찬성 286표, 반대 344표로 부결됐다. 58표차였다. 브렉시트 합의안은 1월 중순 1차 승인투표에서 사상 최대인 230표 차로 부결됐고 이달 12일 2차 투표에서 149표 차로 부결됐다.
3차 투표 부결로 이제 영국은 4월 12일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를 하거나 5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를 장기간 연장하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차 투표 부결 이후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3개월 연기를 EU 측에 요청했다. 지난주 EU는 영국 하원이 EU 탈퇴협정을 가결할 경우 브렉시트 시기를 5월 22일까지 연기하도록 승인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영국이 4월 12일까지 ‘노 딜(no deal) 브렉시트’ 또는 5월 유럽의회 선거 참여를 통한 브렉시트 ‘장기 연기’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메이 총리는 이번 결과를 두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의회 과정에서 한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 같아서 두렵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이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유럽의회 선거 참석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투표 결과를 두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 정상회의 상임 의장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4월 10일 유럽 평의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럽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영국이 4월 12일까지 유럽 정상회의 측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를 장기 연장하고, 초기 총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이 이를 밀고 있는데 이들은 메이 총리의 합의안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있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 중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이 북아일랜드와 다른 지역을 차별한다는 이유다. 안전장치가 시행되면 전환기 동안 영국 전체는 EU관세 동맹에 잔류하지만 북아일랜드는 단일시장에 놓이게 된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하원의 결정은 분명해졌다. 이 합의안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대안이 있어야 하고 만약 총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총리직을) 관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총선을 통해 이 나라의 미래가 어찌 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하원은 오는 4월 1일 추가 ‘의향투표’를 열고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의향투표란 하원의 과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렉시트 방안을 찾을 때까지 제안된 여러 옵션에 대해 투표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7일 처음으로 열린 ‘의향투표’에서 브렉시트 관련 8개 대안은 모두 과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