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1년...글로벌 상품 시장 판도 바뀌었다

입력 2019-03-31 13:08 수정 2019-03-3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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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산 대두 부상·호주 등 LNG 특수

미국 중국 간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지 1년. 세계 상품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다. 대두(大豆)는 중국의 보복관세로 수출이 줄어든 미국산 대신 브라질산이 부상하고, 액화천연가스(LNG)는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산이 중국의 거대 수요를 메꿔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전쟁이 중국의 경기 둔화를 초래했지만, 자원국들에게는 때아닌 특수를 제공하고 있다고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작년 가을 일본 대형상사인 마루베니의 브라질 남부 곡물 수출 시설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보통 가을이 되면 취급하는 상품이 대두에서 옥수수로 바뀌는데, 이례적으로 대두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9~12월 대 중국 총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배로 늘었다. 마루베니 관계자는 “가을 이후에도 중국 쪽에서 대두 수입 문의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례적인 ‘대두 특수’는 미중 무역전쟁이 계기가 됐다. 매년 약 9000만t의 대두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작년 여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제재 관세에 맞서 미국산 대두에 25%의 보복 관세를 매겼다.

이에 미국산 수입 비용이 증가하자 중국은 다른 수입처를 찾아야 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은 당연히 급감했다. 중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8년 대두 수입량은 1664만t으로 전년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이 미국산 대신 선택한 것이 브라질산이다. 지난해 중국의 브라질산 대두 수입량은 6608만t으로 2017년보다 30% 증가했다.

대두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막히자 미국은 아시아와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을 확대했다. 2018년도(2018년 9월~2019년 8월) 대EU 수출은 올 3월 하순 시점에 674만t으로 전년 동기의 2.3배로 늘었다. 태국과 아시아·오세아니아로의 수출도 3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수출처를 아무리 다각화해도 중국을 대체하긴 역부족이다. 2018년도 미국의 전체 대두 수출량은 전년도 대비 10% 감소한 5103만t에 그칠 전망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미국의 우위가 흔들린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2018년 LNG 수출량은 2274만t으로, 증가율은 전년의 3배가 넘었던 2017년에 비해 50% 정도로 위축됐다.

중국은 작년 9월 미국산 LNG에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12월 미국의 대중 LNG 수출은 8만t으로 전년 동월 대비 80%나 줄었다.

중국의 LNG 수입량은 2040년까지 4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미국 대신 호주 등 전통적인 가스 생산국들과의 스팟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셰일 혁명으로 미국에 시장을 빼앗겼던 자원국들에게 중국의 거래처 교체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호주 정부에 따르면 2018년도(2018년 7월~2019년 6월) 전체 LNG 수출량은 7560만t으로 2017년도 수준을 23% 웃돌 전망이다.

철강 시장에서도 판도 변화가 두드러진다. 미국은 지난해 3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 이 여파로 2018년 철강 제품 수입은 3057만t으로 전년 수준을 11% 밑돌았다. 중국산은 약 14%, 한국산은 약 30% 줄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철강과 알루미늄은 아시아로 유입됐다. 특히 한국은 가전 등에 사용하는 열연코일을 중심으로 대인도 출하가 2018년에 10% 늘었다. 일본의 캐나다산 알루미늄 수입량은 전년에 비해 29%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생산 설비가 큰 자동차와 반도체 등 산업 제품과 달리 자원은 무역 상대를 전환하기가 쉽다”며 “현재의 새로운 판도가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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