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인하 검토해야할 상황 아냐, 금리역전 과도”

반도체 경기 예상보다 둔화나 하반기 개선..통화정책 경기흐름·금융안정 추이 지켜봐야

(한국은행)

“지금 금리인하를 검토해야할 상황은 아니다. 1.75%는 중립금리 수준과 시중유동성 상황을 비춰볼 때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금융불균형을 늦출 단계는 아니다.”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는 1일 연임 1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를 향해 재정과 통화정책을 확실히 완화적으로 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저희(한은)도 연초부터 올해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스탠스를 밝혔다”며 “더 완화적으로 가야하는지 여부는 경기흐름과 금융안정 상황 등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모두발언에서도 그는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회의에서 경제상황을 논의한 바로는 글로벌 경기가 다소 둔화하고는 있지만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중론이었다”며 “정치리스크가 더해져 불확실성이 높다. (정치리스크) 전개방향과 거시경제, 금융안정 상황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1일 미국 연준(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결정후 출근길에 “통화정책기조가 한 달 사이 바뀌었다고 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반면, 전달 25일 임시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경기가 많이 나쁘면 금리인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사이 입장변화가 있는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 그는 “기존 스탠스를 바꾼 것은 아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다르다고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다는 그는 “정책을 하다보면 100% 일수는 없다. 경제가 나빠지면이란 전제가 달린 것으로 그야말로 상황이 바뀌면이다. 정책스탠스는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최근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상황은 과도하다는 진단도 내렸다. 이 총재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며 주요국 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면서도 “외국인 매수에 기인한 것도 있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진 건 사실이나 경기침체 우려가 과도한게 아닌가 싶다. (시장도 장단기 금리역전으로) 과도하게 반영한 것이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부진한 반도체 경기와 관련해서는 우려가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낙관적 견해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최근 반도체가 일시적 조정국면을 겪고 있지만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개선에 힘입어 개선될 것이란 견해가 다수”라면서 “회복시기가 뒤로 밀리고 회복속도도 느려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만큼 상당히 우려를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3월 수출이 넉달째 내림세를 보이는 등 최근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하방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다만 4월 경제전망에서 당장 전망치를 수정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 총재는 “성장흐름이 다소 완만해졌다. 대외여건 변화를 보면 하방리스크가 좀더 커진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하지만 연간 성장전망을 바꿔야 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달 한은이 내놓을 수정경제전망치는 이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과감하고 획기적인 규제혁신과 노동시장 안정성과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에 역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