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맹지(盲地)

입력 2019-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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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맹지 소유주들이 땅을 개발하려 들면서 인근 주민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맹지는 ‘盲地’라고 쓰며 각 글자는 ‘소경 맹’, ‘땅 지’라고 훈독한다. 盲地를 직역하자면 ‘눈이 없는 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땅, 즉 타 지번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어서 지적도상으로는 도로에서 직접 진입할 수 없는 땅을 맹지라고 한다. 외지와 통할 수 있는 도로를 ‘눈’으로 보고서 그런 ‘눈’ 역할을 할 도로가 전혀 없는 땅을 일러 ‘맹지’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런 맹지에 집을 지으려면 도시계획구역 내에서는 4m 폭의 도로가 있어야 하고 진입거리가 35m 이상이면 도로 폭이 6m 이상인 도로를 확보해야만 전용(轉用) 허가를 받아 집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도로를 확보하자면 필연적으로 주변의 다른 땅 소유자들과 협의하여 도로를 개설할 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협의가 전혀 없이 일단 집부터 지어놓고서 주변의 남의 땅을 도로로 무단 사용한다거나 관할 관청을 상대로 길을 내 달라며 민원을 제기한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사람이 거주하는 집이 있는 곳에는 길이 있어야 함이 당연하다. 그러므로 길이 없는 땅에는 처음부터 집을 짓지 않아야 하고, 그것이 합법이다. 그런데 역으로 일단 집부터 지어놓고서 “사람이 사는 집이 있는데 어찌 길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길을 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다면 그건 억지랄 수밖에 없다. 불법으로 집을 지은 사람이 제재(制裁)나 처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마치 맹지처럼 주변과 소통하는 길이 없는 채로 자기 생각에 갇혀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미 차고 넘치는 증거를 통해 진실이 다 밝혀져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일에 대해 자신만 전혀 모르는 체하면서 억지 주장을 계속한다면 눈과 귀가 있어도 없는 거나 다를 바 없는 참으로 한심한 사람이랄 수밖에 없다. 거짓을 유포하고 조장한 죄를 물어 큰 벌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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