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자리 줄였고 범법자 쏟아낼 ‘주 52시간’

입력 2019-04-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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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근무제도의 계도기간이 3월 말로 끝나고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위반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을 늘리고, 장시간 노동을 없애 근로자의 ‘워라밸(노동과 생활의 균형)’을 지켜주겠다는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대기업 일자리를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집계한 2월 기준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수는 245만9000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전인 작년 6월에 비해 8개월 동안 10만6000명 감소했다. 이들 대기업은 지난해 7월부터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근로시간 단축을 법으로 강제하면 줄어든 시간만큼 기업들이 신규 채용으로 고용을 확대할 것이라는 정부 기대와는 정반대다.

우리 제조업이 침체에 빠진 요인도 크지만, 기업들의 노동비용 압박이 가중한 때문이다. 근로시간이 줄었어도, 임금보전을 요구하는 강성 노조의 반발로 급여는 그대로이거나 근로시간 대비 임금이 늘었다. 기업들은 자동화 확대와 고용 및 생산 감축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예견된 결과다. 이미 한국경제연구원은 작년 7월 보고서에서 생산성 향상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올해 대기업 취업자만 9만5400명 줄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내년에는 일자리 감소폭이 대기업 6만1300명, 중소기업 17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근로시간을 위반한 대기업 사업주는 이제 처벌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계 충격을 줄이기 위한 탄력근로 단위기간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임을 감안, 당장 집중 단속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단위기간을 최장 6개월로, 자유한국당은 1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주장하면서 대립하고 있고, 민주노총 등은 단위기간 확대 자체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5일까지 예정된 3월 임시국회에서 보완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위기간이 6개월 정도 연장된다 해도 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장시간 집중근로가 불가피한 정보기술(IT), 건설, 석유화학·정유, 철강 등 업종과 연구개발 직종 등에서 근로시간 위반과 처벌 사례가 속출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종업원 50∼299인 중소기업에도 주 52시간이 강제 적용되는 내년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절반 가까이가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다. 이들은 납기와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법을 어겨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이 곧바로 임금 감소로 이어져 근로자들의 생활이 더 힘들어졌다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범법자 양산도 문제이지만, 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규제를 버티기 어려운 기업들의 해외 탈출을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산업현장 실정을 무시한 주 52시간 근무제가 기업들을 벼랑으로 내몰고 서민들의 고통만 더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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