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지금] 브렉시트,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

입력 2019-04-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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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팟캐스팅 안쌤의유로톡 운영자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는 ‘국가비상사태’다. 특히 중소기업이 거의 준비돼 있지 않다. 벼랑 끝 전술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 달라.”

지난달 21일 영국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인연합회(CBI)와 노조를 대표하는 노조총연맹(TUC)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보낸 공동서한의 핵심 내용이다. 노사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 브렉시트가 이들을 규합했다. 왜 정치가 이 모양이냐고. 최소한 경제에 계속하여 피해를 주진 말아 달라며 노사는 정치권을 강하게 질책했다.

그러나 영국 정치권은 계속하여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지난 1월에 이어 3월에 2번, 모두 3번이나 큰 표 차이로 부결된 영국의 EU 탈퇴조약은 통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여러 가지 대안을 모으는 의향투표를 두 차례 실시했으나 지난 1일까지 그 어떤 안도 과반을 얻지 못했다. 하원이 EU탈퇴법을 수정해 탈퇴일을 12일까지 연장하는 데 그쳤다. 의회가 12일 이전까지 EU에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노 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EU는 지난달 25일 노딜 브렉시트 대책을 발표하며 영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EU로부터 신속한 탈퇴를 요구하는 강경(경성)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탈퇴 후의 장밋빛 청사진을 선전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영국이 아직 EU를 탈퇴하지 않았으나 탈퇴를 결정한 2016년 6월 23일의 국민투표 후 영국 경제는 다른 EU 회원국보다 뒤처졌다. 영국은 2017년 경제성장률이 1.7%로 서방 선진 7개국(G7) 가운데 전년보다 하락한 유일한 나라였고 지난해 성장률은 2012년 이후 최저치인 1.4%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다른 EU 연구기관들은 앞으로 몇 년 정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EU보다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처럼 경제를 마구 잡아 흔들며 영국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영국이 스스로 원해서 EU를 탈퇴하겠다고 결정했으나 탈퇴할 것인지, 탈퇴 후 EU와 무슨 관계를 체결할 것인지는 국민투표 후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인식해왔던 의회민주주의의 모국이자 안정된 정치체제를 운영해 온 나라와는 멀어도 한참 멀다.

4년 전 그리스를 뒤흔들었던 경제위기와 비교해보면 브렉시트의 심각성이 더 명확해진다. 당시 총선에서 승리한 신생 급진좌파 시리자는 독일이 주도한 긴축 재정과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한 3차 조건부 구제금융을 강력하게 거부했다. 경제적으로는 그리스가 단일 화폐 유로존에서 탈퇴(그렉시트)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당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결국 구제금융 조건을 수용했고 의회 내 연정을 구성해 관련 법을 비준했다. 그리스는 작년 8월 말 국제 금융시장에 복귀했다. 그리스의 경제회복은 현재까지 서서히 진행 중이다. 그리스 정치권은 당시 거의 불가능하게 보였던 조건부 구제금융을 수용하여 이를 시행했다. 정치권이 정치가 야기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 영국의 중도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와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그렉시트의 예를 들며 정치권에 배우라고 일침했으나 쇠 귀에 경 읽기다.

자해와 비슷한 막장 드라마 브렉시트를 보면서 우리 현실을 되돌아본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거의 2년이 지나간다. 소득주도성장은 분명히 서민을 위한 정책이고 선의로 출발했으나 그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OECD 회원국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25.9%(2015년 기준)로 그리스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는 구조적 문제점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정책을 집행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속도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몰두하고 촛불혁명에서 드러난 민의를 거슬리는 역사 왜곡에 몰두하는 제1야당도 온당한 야당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영국 집권 보수당은 유럽통합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국민투표라는 카드를 써서 해결하려 승부수를 던졌으나 결과는 당은 물론이고 극심한 국론 분열이다. 영국이 자초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에 얼마나 큰 부정적 효과를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보다 훨씬 앞서야 할 것은 바로 ‘바보야, 문제는 정치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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