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CFO 쟁탈전 불꽃...라이벌 인텔에 안방살림꾼 빼앗긴 퀄컴

입력 2019-04-03 11:09 수정 2019-04-0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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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서 6년간 재무전문가로 활약한 조지 데이비스 영입한 인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조지 데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AP뉴시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조지 데이비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AP뉴시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의 재무를 총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쟁탈전이 치열하다. 정보·기술(IT) 산업 판도가 급속도로 변화하는 가운데 신기술 개발과 경영 내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실력있는 재무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2일(현지시간)에도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에서 6년간 근무한 조지 데이비스 CFO가 라이벌 기업인 인텔로 옮겨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데이비스의 인텔행은 이날 퀄컴의 발표로 공식화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퀄컴이 기습 발표로 자사 인물을 빼앗아가는 인텔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전했다.

인텔 CFO 자리는 밥 스완 CFO가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면서 1월 이후 공석이었다. 이를 메울 인물을 라이벌 업체에서 데려온 것이다. 데이비스는 2013년부터 퀄컴에서 재무 전문가 및 이사회 집행위원으로 활약했다.

인텔의 데이비스 CFO 영입은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인텔 프로세서는 세계 노트북 컴퓨터와 PC의 90%에 탑재돼 있다. 하지만 새로운 칩 제조기술 도입 지연으로 경쟁에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4분기 매출도 시장의 예측에 못 미쳤고 2019년 전망도 비관적이다.

스완 CEO는 재무 전문가를 영입해 회사의 실적 부진을 털어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데이비스는 세계적 수준의 CFO이며 리더다. 인텔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완 CEO와 데이비스 CFO는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퀄컴에 합류하기 전 데이비스는 반도체 장비 회사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CFO였다. 당시 스완은 같은 회사 이사회에서 일했다.

실리콘밸리의 CFO 영입은 흔한 풍경이 됐다. 2015년 구글은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손꼽히던 루스 포랏 모건스탠리 CFO를 데려왔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업체 넷플릭스도 올해 초 월가 사모펀드를 거쳐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에 있었던 스펜서 노이먼 CFO를 영입했다. 넷플릭스는 TV와 영화 등 콘텐츠 제작에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CFO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데이비스가 퀄컴을 떠나 인텔로 간다는 보도 직후 퀄컴 주가는 1% 하락한 57.50달러에 마감했다. 인텔 주가는 0.1% 상승한 54.46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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