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 만든 감정원 간부의 고백 "숨 차면 급경사, 덜차면 완경사...주관개입"

입력 2019-04-03 15:39 수정 2019-04-0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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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두고 간담회 "처음 만들 때 수준으론 맞는 방식...언제까지 그때 방법 쓸건가"

▲3일 한국감정원 서울강남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서지희 기자 jhsseo@
▲3일 한국감정원 서울강남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 서지희 기자 jhsseo@
“공시제도를 반듯하게 바로 잡아야겠다는 소명으로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에)왔는데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최근 공시제도 논란이) 몹시 안타깝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이 3일 한국감정원 서울강남지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채 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는 주택가격 공시제도를 만든 인물로 알려졌다. 이달 29일 퇴임을 앞둔 채 원장은 공시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당초 1시간 반으로 예정됐던 간담회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채 원장은 감정평가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빅데이터 기반으로 시스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감정평가 방식은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주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채 원장은 “과거에는 (토지가) 간선도로보다 낮으면 저지대, 간선도로보다 높고 올라갈 때 숨이 덜 차면 완경사, 숨이 차면 급경사, 그 이상이면 고지대 이런 식으로 조사했다. 주관적 요소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방식이 당시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틀렸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주관이 반영된 감정평가 방식이 지금도 유지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채 원장은 현재 연간 200만 건의 실거래가 신고자료가 축적되는 등 실거래, 시세정보와 같은 시장정보 기반의 가격공시체계 구축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디지털화, 시스템화를 통해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채 원장은 “AI, 빅데이터 등 정보지능 기술을 활용한 선진적인 공시지가격조사 및 산정업무 체계 구축으로 제도의 효율성 제고가 필요하다”며 “언제까지 공시가격 개념을 옛날 개념으로 진단해야 하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객관성, 투명성을 높일 필요성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같은 제안은 표준지, 표준주택 선정 방식 개선과 연결된다. 현재 감정평가사가 대표성, 중용성, 안정성, 확정성을 바탕으로 표준지, 표준주택을 선정한다.

채 원장은 “감정평가사마다 대표성 등을 판단하는 개인적인 기준이 달라 표준지 선정 및 분포의 적정성 보완이 필요하다”며 “유사가격권별로 표준지, 표준주택 선정으로 표준지 및 표준주택 배분 및 선정의 객관적 합리성을 높이고, 가격대별 부동산 가격산정의 균형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채 원장이 제안한 유사가격권의 활용은 공시제도에 반영되는 표준지, 표준주택의 표본 규모, 분포 개선 필요성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그는 “(유사가격권은) 핵심적인 지가형성 요인이 같고, 지가수준이 유사한 토지들의 권역을 말한다”며 “디지털 환경을 기반으로 핵심적인 토지특성이 같고 유사한 가격을 형성하는 토지들을 분류해 동일 가격권으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 원장은 공시가격 조사기관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시가격 조사평가 틀을 보면 표준지 선정 및 평가는 감정평가사가, 표준주택은 한국감정원이 각각 맡는다. 토지 및 주택 특성조사 부문에서는 감정평가사가 표준지를, 한국감정원이 표준주택을 각각 조사한다. 지방공무원이 개별토지, 개별주택에 대한 특성을 조사한다.

채 원장은 “카이스트와 3년 동안 특성 자동파악시스템, 검증시스템 등 AI기반의 자동산정기반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것은 개인이 할 수 없다”며 “이 같은 혁신은 조직체계가 갖춘 곳에서 해야 한다. 조사기관을 일원화해서 체계적인 선진화 동력을 갖추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채 원장은 공시가격 조정으로 발생한 조세 저항에 대해서는 조세정책이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 원장은 “지방세법상의 조세 가감 조정 규정 등의 적극적인 활용이 미흡하다”며 “개별 제도 환경에 맞는 공시가격 적용방법과 적용 기준 도출에 대한 노력이 미흡하다”고 했다. 기초연금수령자격은 2015년 기준에서, 기초생활보장제는 2009년에서 멈춰있다는 것이다.

그는 “‘각주구검’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며 “부동산가격은 올라가는 데 예전 조세 기준을 적용하면 되겠냐. 이 부분은 조세정책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언급했다.

끝으로 채 원장은 “부동산공시제도는 토지 및 주택정책만이 아니라 부동산 관련 다양한 정책의 기본이 되는 기반제도이고, 공시가격 자체가 조세정책이나 복지정책을 담당하지 않는다”며 “부동산공시가격 조사체계는 조사기관 간의 업역 다툼이나 이해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여건 변화에 따른 제도 선진화로 접근해야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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