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업들, 戰時 비상사태 돌입…‘노 딜 브렉시트’ 경계

입력 2019-04-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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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부품 등 재고 공격적으로 비축…제조업 재고지수, 사상 최고치

▲영국 제조업 재고지수 추이. 녹색: 원자재·부품(3월 66.2) / 노란색: 완제품(55.9).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 제조업 재고지수 추이. 녹색: 원자재·부품(3월 66.2) / 노란색: 완제품(55.9).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위기가 임박하면서 현지 기업들이 전시를 방불케 하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영국 기업들은 최근 전쟁 이외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기세로 원자재와 부품 재고를 비축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IHS마르키트가 조사하는 영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중 세부항목인 원자재·부품 재고지수와 완제품 재고지수 모두 지난달에 해당 통계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제조업체들은 영국이 EU에 가입하고 나서 지금까지 46년간 유럽에서의 자유무역을 전제로 한 공급망과 수출시장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4월 12일 노 딜 브렉시트로 끝날 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도로 발달된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망 생산이 중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쿠키 제조업체에서 금속가공업체, 항공·방위산업 업체인 에어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조업체들이 수입에 의존하는 원자재와 자동차·항공기 부품, 포장 용기 등의 재고를 기록적으로 쌓아놓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제조업체들은 완제품 재고 확보에도 혈안이 됐다. 각 공장이 브렉시트 혼란을 우려하는 고객의 주문 폭주에 대비하고자 여분의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다. 영국 제조업체들은 수출용 제품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하기 때문에 새로운 관세와 국경통과 지연, 가중되는 문서 절차 등으로 타격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하원에 제출했지만 세 차례나 승인을 얻는 데 실패했다. 하원의원들은 브렉시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놓고 두 차례 표결했지만 어떤 대안도 과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최근 EU와의 합의에 따른 브렉시트 협정 승인 기한이 오는 12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이런 정치권의 무기력은 브렉시트 장기간 연기에서 노 딜 브렉시트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만일 영국이 관세동맹 잔류 등 합의 없이 EU를 떠나면 당장 기업들은 높은 관세를 물게 되고 통관 과정도 이전보다 훨씬 길어지게 된다. 기업이 전시 준비태세에 돌입한 이유다.

잉글랜드 남부 햄프셔에 본사를 둔 150년 역사의 체어리프트·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스타나그룹은 체어리프트 750대를 포함해 약 46만 파운드(약 6억8500만 원)어치의 재고를 물류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고 보관량은 100대 전후에 불과했다.

항공기 날개 대부분을 영국에서 생산하는 에어버스는 브렉시트 관련 공급 대란 대책으로 최소 1개월분의 재고를 비축하도록 하청업체에 지시했으며 자체적으로도 유럽과 영국 공장에서 부품을 쌓아놓고 있다.

영국 항공우주산업협회인 ADS그룹은 업체들의 추가 재고 비축분이 1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과 경제적으로 깊은 관계인 아일랜드 제조업체들도 공격적으로 재고를 축적하고 있다. 독일에 본사가 있는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는 영국과 유럽 대륙의 배송 서비스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럭셔리 자동차업체 BMW는 부품 공급 차질을 우려해 대형 수송기 안토노프를 확보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영국의 EU 탈퇴가 원활하게 이뤄지더라도 이런 재고 누적이 경제에 광범위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 확보에 자금을 쏟아 부으면 그만큼 신규 설비나 고용에 투자하는 금액이 적어져 향후 성장이 억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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