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이 손학규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국민의당 출신 일부에서는 “이럴거면 갈라서자”는 반응까지도 나오는 상황이다. 창당 때부터 지적돼 온 ‘한 지붕 두 가족’ 양상이 결국 폭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미래당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 및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회의는 4·3 보궐선거에 출마한 바른미래당 후보가 정의당·자유한국당은 물론 민중당 후보에게도 뒤쳐진 데 대한 책임론으로 흘렀다.
포문은 바른정당 출신의 이준석 최고위원이 열었다. 이 최고위원은 “지도부는 즉시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해야한다”며 손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뒤 “그것이 싫다면 최소한 재신임 투표라도 해야한다. 지도부는 열심히 했다고 하지만 수 많은 판단미스로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출신 권은희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는 지금이 아니다’라는 국민의 메시지”라면서 “국민이 손학규 방식을 두고 아니라고 하는데 손 대표가 결단하셔야 한다”고 거들었다.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공개회의 직후 이뤄진 비공개회의에서 현 지도부 체제를 끝내자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를 포함한 최고위원 7명 중 3명이 사실상 손 대표의 사퇴와 지도체제 전환을 공식 요구한 셈이다.
이에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손 대표를 감싸며 반격했다. 김수민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로 제3의 길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흩어지면 죽는다”며 “창당 정신을 세우기 위해 당대표·원내대표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손 대표 최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이제 깨끗하게 갈라서서 제 갈길 가는 것이 서로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우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객지에 가 한 달 숙식한 당대표가 잘못한 것이냐”며 “분명히 말하지만 몇몇 의원들의 내부총질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금 힘들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단결하면 내년 총선에서 양당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어 손 대표는 “내부 분열이 당의 발목을 잡아왔다는 데 대한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을 흔들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다음주 의원총회를 열고 지도부 거취 및 향후 당 진로 등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