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아파트 특별공급에 결혼 하고 나니 청와대 파견도 부럽지 않아”

입력 2019-04-0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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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형성되면 자연스럽게 정착… ‘워라벨’ 확산으로 타 지역 근무도 기피

지난해 말 기준 세종시에 거주하는 20개 중앙행정기관 공무원은 약 1만2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지만 여기에는 허수가 많다. 이는 세종시에 거처를 마련한 공무원의 비율로, 정주율과 다르다.

공무원들의 세종시 정주율은 직급이나 혼인 여부에 따라 차이가 크다. 과장급 이상은 자녀 교육이나 배우자의 경제활동 문제로 홀로 세종에 내려온 경우가 많다. 대다수가 오피스텔이나 공동숙소에서 평일을 보낸다. 이들은 세종시 거주 인구이긴 하지만 정주 인구는 아니다.

반면 사무관(5급) 이하는 거주율과 정주율이 거의 일치한다. 대부분 미혼이라 이주의 걸림돌이 없고, 파견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근무지도 고정돼서다. 특히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주택을 분양받거나, 세종시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면 세종시를 떠날 가능성은 더 희박해진다.

지난해까지 분양된 세종시 공공주택은 2014년 1만2569호, 2015년 1만5709호, 2016년 1만5843호, 2017년 5934호, 2018년 4995호에 달한다. 이 중 50~70%가 공무원 특별공급 물량이었다. 정부세종청사 1단계 이전(2012년)과 함께 이주한 공무원들은 이미 입주를 완료했고, 2단계 이전(2013년) 이후 입직한 공무원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주한다.

임용 7년 차인 한 사무관은 “사무관들은 거의 다 세종에 산다고 보면 된다”며 “나도 조만간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는데, 새 집에 들어가면 완전히 세종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처 내에선 드물지만 다른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 부부도 꽤 있다”며 “세종에 가정이 있는 경우에는 청와대나 위원회 등 파견에도 거의 지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번 세종에 정착하면 타 지역으로의 인사 발령도 꺼린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소위 ‘에이스’들이 모인 기획재정부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출세보다 워라밸(일·생활 균형, Work-life balance)이 우선인 건지 파견근무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며 “주거비용이나 업무량 등이 늘어가는 것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 덕에 앞으로 10년 안팎이면 세종시 공무원 대부분이 세종시 정주인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자녀가 중학생 이상이거나 배우자가 직업이 있으면 다른 지역으로 완전히 이주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마찬가지로 세종이 주된 생활 터전이 된 공무원들은 세종을 벗어나기 어렵고, 앞으로는 그 사람들이 주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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