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관 합동 첩보작전이 ‘세계 최초 5G’ 일궜다

입력 2019-04-07 17:04 수정 2019-04-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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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중기IT부 기자

3일 23시 야밤에 이동통신 3사가 각각 1호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당초 공식 상용화 일정인 5일보다 이틀이나 앞당긴 것이다.

세계 최초 5G 타이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긴밀한 협력이 있어 가능했다. 치열한 첩보전 끝에 미국보다 2시간 빠르게 상용화에 성공했다. 그동안 과점 시장의 특성상 국내 통신사들은 치열한 경쟁으로 진흙탕 싸움을 일삼곤 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마케팅비를 쏟아부으면서 출혈 경쟁을 펼쳤고, 불법 보조금과 변칙 영업으로 정부에 과징금 철퇴를 맞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5G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과기부를 필두로 이통 3사가 핫라인을 구축하고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협력했다. 3일 오후 5시 청와대에서 정부와 이동통신 3사 간 간담회가 열렸다. 8일로 예정된 ‘세계 최초 5G 상용화 기념식 및 융합 시연 행사’ 준비 때문이었다.

회의 도중 미국 버라이즌이 앞서 예고한 11일이 아닌 4일 1시(한국시간 기준)로 앞당겨 5G 상용화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회의장엔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3시간 느려 4일로 앞당겼는지 확인하려면 4일이 돼야 알 수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었다. 정부와 이통사는 간담회 자리에서 곧바로 당일 밤 11시 개통에 합의했다. 이를 정리한 보고서는 3시간 만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야밤 기습 작전은 성공했다. 우리가 3일 밤 11시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했고, 버라이즌은 4일 1시께 한발 늦게 상용화 소식을 전했다. 2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지만, 정부와 이통사가 힘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한 이통사 CEO는 5G 상용화를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것에 빗대어 표현했다.

5G 세상. 앞으로 정부와 이통사가 5G를 활용해 소비자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 진정한 ICT 강국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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