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헌의 왁자地껄] ‘다주택자는 적폐’ 프레임의 이중성

입력 2019-04-09 06:00 수정 2019-07-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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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 차장

현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어느 정권보다 횟수도 많고 강도도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때문에 시장이 관망세에 들어가며 일부 지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여전히 하락세가 흡족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거래가 사라져 이대로 갈 경우 정상적인 시장 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 하락세는 어찌 보면 예견돼 있던 일이었다. 2017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부동산대책을 내놓는 브리핑 현장에서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다 파시라”라는 말을 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을 바라보는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 발언이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투기세력에는 정부가 엄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모든 다주택자 또는 주택소유자를 투기세력으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수도인 서울만 하더라도 집을 가지지 못한 국민이 절반에 달한다. 이들은 전세와 월세 등의 방식으로 살고 있는데, 이 같은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린다고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주택에 살고 있는 절반 이상의 국민은 바로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임대주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면 무주택자들이 주택을 대거 사들일 것 같지만 사실 집값이 떨어질 조짐을 보이자 전·월세 거래만 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집값이 올라야 거래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정부만 모르는 것 같다.

이 같은 프레임은 결국 정부의 인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자리에서 물러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최정호 장관 후보자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어떤 불법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여론의 싸늘한 시각을 뒤로한 채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은 정부가 만들어 놓은 ‘다주택자는 적폐’라는 프레임 때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2명의 고위 공직자는 일부 ‘꼼수’는 있었지만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이제까지 정부가 만든 프레임에 갇혀 결국 이들을 안을 수 없었다. 이제 고위공직자는 무주택자여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자는 최근 국토부의 이상한(?) 행보에 머리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웨이고 블루’라는 택시의 시범운행에 나타난 김현미 국토부 장관 때문이다. 웨이고 블루는 소비자가 3000원을 더 지불하는 대신 승차거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세우고 출범했다.

택시의 승차거부가 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승차거부를 잡는 노력 대신에 국민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불법을 하지 않는다고 소비자에게 돈을 더 지불하라는 상품출범 현장에 주무 장관이 가서 손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질까?

불법을 하지 않고도 ‘다주택자는 적폐’라는 프레임 때문에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던 고위 공직자들과 택시의 불법행위인 승차거부는 그냥 두고 다른 상품을 지원하는 국토부의 행보가 헷갈리는 것이 기자만은 아닐 것이다. ca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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