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덜' 완성된 여행이 준 '헐렁한 안도감'

입력 2019-04-0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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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기의 여행 / 송은정 지음 / 걷는나무 펴냄 / 1만3500원

여행지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에겐 설렘과 함께 조급함이 찾아온다. 간신히 얻어낸 휴가를 최대한 알뜰살뜰히 써야 한다는 바쁜 마음에 수백 개의 해시태그를 뒤지며 맛집, 관광지, 쇼핑리스트를 빼곡하게 표로 정리한다.

여행 전 '핫플레이스'를 추려 구글맵에 표시해 놓고 최적의 동선을 짠다. 벚꼬 성수기에 도쿄행 비행기 표를 예약해두고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개화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을 졸인다.

여행지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획대로 다니고 먹은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오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여행을 온 걸까. 미션 수행을 하러 온 걸까?"

저자 역시 그랬다. 그러나 여행은 매번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스마트폰이 고장 나 길을 잃는가 하면, 때아닌 강풍 탓에 벚꽃은 모두 떨어져 버렸다. 숙소에서 정전이 되는 바람에 오븐에서 굽다 만 새우를 까먹어야 했던 어는 날 밤, "뭐, 어쩌겠어" 하는 헐렁한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쩌면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더 많이 보고 느끼려는 강박을 내려놓는 것임을.

대책 없이 느긋하고 홀가분하게. 이 책의 부제다. 쉬려고 떠났다 피로만 떠안고 돌아오는 여행자에게 건네는 홀가분한 여행기이자 여행을 닮은 가뿐한 일상의 안내서임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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