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량 1위로 알려진 빗썸이 자금 세탁에 이용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거래자와 송금 규모를 감출 수 있는 익명화 코인을 대량으로 유통해 자금 추적을 피한다는 의혹이다.
9일 빗썸이 공개한 거래량에 따르면 대시(Dash)와 모네로(Monero)의 일일 거래량을 합하면 4452억 원이다. 이는 빗썸 전체 거래량인 7403억 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거래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빗썸 거래량은 글로벌 거래소들의 일반적인 거래량과는 너무 양상이 다르다"며 "전송 이력을 어렵게 한 익명성 코인이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시와 모네로는 대표적인 익명성 코인으로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내역, 거래금액 등을 감추는 기능이 특징이다. 특히 불법 거래 사이트인 '다크웹'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시와 모네로는 빗썸을 통해 거래된 이후 외부로 송금한 후엔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없게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가장 많은 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알려져 있다. 코인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거래량이 가장 많은 코인은 비트코인으로 159억 달러(9일 기준)가 거래됐으며, 이더리움이 81억 달러로 2위(테더 제외)를 차지했다. 모네로는 1억 달러, 대시는 3억 달러가 거래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를 보더라도 비트코인의 거래량이 2억1695만 달러가 거래됐으며, 이더리움은 1억1925만 달러가 거래됐다. 모네로는 108만 달러, 대시는 61만 달러였다.
반면 빗썸의 대시 거래량은 2984억 원이며, 모네로도 1468억 원 거래됐다. 비트코인 거래량은 125억 원으로 세계 추세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다.
이 때문에 빗썸에서 대시와 모네로을 대량으로 거래한 후 자금 출처를 감추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란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빗썸이 거래량을 늘리기 위해 특정 자금 운용사에 거래량 조작 작업을 위탁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네로와 대시와 같은 추적이 불가능한 코인을 사용해 거래량을 늘리는 작업에 동원된 자금과 지갑 주소, 전송이력 등을 숨기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예컨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전송이력이 네트워크에 남아 자금이 추적될 수 있고, 자전 거래를 위한 반복되는 전송 이력이 노출될 수도 있다.
한 전문 트레이더는 "상식적으로 중·소형 자산 운용사나 개인들은 거래량이 높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대형 코인의 거래 비중이 높다"며 "대시나 모네로가 비트코인보다 거래량이 월등히 많은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빗썸측은 "대시와 모네로 두 코인의 거래량이 높은 것은 3월부터 계속된 거래 수수료 할인 이벤트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며 "추가로 파퓰러스(PPT), 월튼체인(WTC), 비트코인다이아몬드(BCD)도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