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보고서] ‘일본판 아시아나항공’ JAL, 아메바 경영으로 재도약 ‘날갯짓’

입력 2019-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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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모리 교세라 명예회장, 분권형 경영...법정관리 14개월 만에 회생

회계 업계에서 항공(航空)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린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업황이랄 게 딱히 없다. 여러 변수에 따라 불황과 호황을 넘나드는 조선·해운업과 다른 지점이다. 어쨌든 비행기는 계속 뜨고 내리니까. 또 현금을 거머쥐기도 쉽다. 항공권을 예매하고 하루만 결제를 안 해도 취소가 되는 걸 떠올리면 된다. 한마디로 항공은 꾸준히 현금을 또박또박 벌어들이는 효자사업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항공사들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현재진행형’ 아시아나항공도 그렇고, 과거 일본에서 법정관리를 거친 일본항공(JAL)도 그랬다.

◇관치의 그늘… ‘하늘의 일본’의 추락 = 2조3000억 엔(약 23조6000억 원). 2010년 1월 JAL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의 부채 규모다. 재산보다 빚이 8700억 엔 많은 상태였다. 도덕적 해이,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하늘의 일본’이 바닥으로 추락한 순간이다.

1951년 설립된 JAL은 ‘반관반민(半官半民)’의 운영 체계를 30년 넘게 이어갔다. 1987년 민영화가 됐지만 국영기업의 부정적 그림자는 그 이후로도 짙게 남았다.

자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지역구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돈 되는’ JAL을 이용했다. 지역이기주의에 JAL이 희생당한 것이다.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방 공항에 취항하며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지방공항 유지·관리라는 명분으로 JAL로부터 과도한 공항 사용료를 징수했다. 거품노선은 국제선에서도 많았다. 일례로 JAL은 상파울루행 노선을 LA와 뉴욕 경유로 나눠 운행했다. 하와이 호놀룰루행 비행기가 출항하는 공항이 8개 도시에 산재해 있었다.

낙하산 인사도 갈수록 늘었다. 민영화 이후 하나둘 늘어나는 자회사에는 전직 국토운수성 관료와 퇴직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경영 실적은 뒤로 한 채 보수와 연금으로 주머니를 두둑하게 하는 데만 급급했다. 2002년 일본항공시스템(JAS)을 무리해서 합병한 것도 독이 됐다. 인수 당시 JAS는 별다른 매력이 없었다. 인건비도 높았고 구형 항공기 비중이 높았다. 노선망에서도 별다른 경쟁력이 없는 상태였다.

결정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었다.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중에 항공 수요 급감이 현실화하자, JAL은 돌이킬 수 없는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부실 덩어리” JAL의 재비상 = 오랫동안 곪은 JAL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했다. 일본 정부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을 호출한다. 그는 2013년 3월까지 JAL의 회장직을 맡았다. 보수는 ‘0원’이었다. “JAL은 경영철학도 목표와 전략도 없는 부실 덩어리 자체다.”

JAL의 현황을 이렇게 꼬집으며 등판한 이나모리 회장은 리더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 달 동안 매주 4회씩 경영간부 50여 명에게 리더교육을 했다. 이나모리 회장도 참석해 강의를 하고, 교육 후 간부들과 생맥주를 먹으며 토론을 했다.

경영조직도 혁신했다. 과거 교세라의 경영원칙이었던 아메바 경영을 도입했다. 아메바 경영이란 기업을 작은 조직으로 세분화해 인사, 자금, 기술 등 자원 배분 결정권을 맡기는 분권적 경영시스템이다.

5~10명으로 이뤄진 아메바는 하나의 작은 회사처럼 운영됐다. 권한과 책임이 작은 조직에 분산해 직원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효율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영업 부문 직원들은 매출 극대화를 위해 분투하고, 생산 부문은 경비 절감과 함께 수익 창출에도 힘썼다. 이 과정에서 연간 800억 엔의 비용을 절감했다.

구조개혁도 병행했다. 자회사를 절반 가까이 매각하고, 인건비와 퇴직금을 각각 20%, 30% 줄였다. ‘돈 되는’ JAL이 무게를 줄이고 원칙을 세우자 날아오르는 건 시간 문제였다. 2012년 3월 법정관리에 들어선 지 1년 2개월 만에 JAL은 회생에 성공했다. 1745억 엔. 2017년도 JAL의 영업이익이다. 2009년 영업손실이 1337억 엔에 달했던 JAL은 2010년 이후 연이어 영업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추락과 비상 기로에 선 ‘아시아나’… 어디로? = “아시아나도 JAL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디폴트예요.”

한 회계업계 고위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현황을 이렇게 짚었다. 최근 ‘감사의견 한정’ 사태 이후 아시아나의 부실이 가시화됐다. 아시아나 위기도 JAL처럼 구조적인 문제에서 왔다. 금호그룹을 위한 ‘돈줄’ 역할을 하면서 그룹 차원의 부실을 아시아나가 떠안은 것이다.

아시아나는 2006년 2500억 원 규모의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했다. 2008년에는 CJ대한통운 지분 매입과 그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1조5430억 원을 지출했다.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개인적인 사리사욕을 위해 아시아나가 희생한 것이다.

아시아나의 재무상태는 갈수록 악화하고, 2010년에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며 한 차례 추락한다. 4년 만에 자율협약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부채비율과 경영실적은 좋지 않았다. 다만 채권단은 “독자 경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 이후 박 회장이 그룹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아시아나는 또 돈을 토해냈다. 박 회장이 설립한 금호기업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당시 자금 지원을 한 데 더해, 자회사 금호터미널을 금호산업에 2700억 원에 넘겼다. 당시 자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또 다시 아시아나의 재무상태는 악화했다. 2012년 505.7%였던 부채비율이 2015년에는 1000%에 육박했다. 그 결과 지난해 채권단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MOU’를 맺었다. 또 한 번 추락 것이다. 계약기간 만료가 가까워오지만 아시아나의 재무상태는 여전히 나쁘다. 현재 아시아나는 채권단과 MOU 연장을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채권단에서는 금호그룹에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를 금호그룹에서 떼어내 더 이상의 현금 유출을 막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시아나가 서있는 추락과 비상의 기로에서 박삼구 전 회장과 채권단의 결정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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