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거래법에 갇힌 인터넷은행, 혁신되겠나

입력 2019-04-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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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이달 25일로 잡혀 있던 유상증자 납입일을 연기했다. 또 대표 상품인 ‘직장인K 마이너스통장’과 ‘직장인K 신용대출’ 서비스도 11일부터 당분간 중지키로 했다. KT가 금융위원회에 낸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우려가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대출 중지의 경우 상품 내용과 절차를 개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올해 1월 59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KT가 실권주를 떠안는 방식으로 보통주 지분을 현재 10%에서 34%로 높이기로 했다. KT 주도로 자본을 확충해 인터넷은행 영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KT는 3월 금융위에 대주주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런데 KT가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KT는 2016년에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입찰 담합으로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인터넷은행법은 최근 5년간 불법으로 처벌받은 사실이 있으면 대주주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케이뱅크의 증자는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고, KT가 케이뱅크 대주주로 올라서기 어렵게 됐다. 자본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져 대출을 늘리기 힘들다. 케이뱅크의 대출 중단은 작년에도 몇 차례나 반복됐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2017년 4월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같은 해 7월에는 2호인 카카오뱅크도 영업을 개시했다. 당초 인터넷은행에 대한 기대는 컸다. 비대면(非對面) 거래를 통한 고객 편의성 제고와 중금리 대출, 고객맞춤형 금융상품서비스, 핀테크 활성화 등으로 금융혁신을 이끌 ‘메기’ 역할이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은 출범 후에도 줄곧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을 제한하는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갇혀 자본 확충과 정상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를 풀어주기 위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작년 말 겨우 국회를 통과해 비금융 기업의 지분 한도가 34%로 늘어나긴 했다. 그런데 이제 공정거래법이 또 다른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은산분리를 완화한 특례법도 아무 소용이 없다. 케이뱅크뿐 아니라 카카오뱅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카카오는 2016년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의 계열사 누락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주주 적격 심사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산업이든 금융이든 혁신을 이루려면 관련 제도부터 혁신적 사고로 바꿔야 한다. 과도한 공정거래법의 규제가 혁신의 싹을 밟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제3 인터넷은행의 인가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혁신과 거리가 먼 낡은 규제를 걷어내지 않고는, 또다시 그렇고 그런 반쪽짜리 은행을 하나 더 만드는 데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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