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으로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던 경창산업이 감사의견 ‘적정’을 받으면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대규모 적자와 과다한 유동부채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불확실성이 드러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정상화가 시급한 것으로 분석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경창산업은 전날 감사의견 ‘적정’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 22일 “현재 종속기업 감사인으로부터 전기말 재무제표(기초잔액)의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 지연으로 감사 절차가 미완료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부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은 경창산업의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일부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266억 원의 순손실을 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189억 원 초과하면서 유의적인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경창산업의 실적 하락과 재무건전성 약화는 전방산업의 부진과 자동차 부품산업의 변화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창산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오토 트랜스미션 부품과 케이블, 레버류를 주로 생산한다. 주요 매출처는 현대차그룹으로 매출 비중은 97%에 달한다. 2016년까지 연결 매출 6458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구가하다 2017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현대차그룹 부진에 매출은 5000억 원대로 줄었다.
현대차그룹의 플랫폼 통합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제조 원가를 낮추려는 목적으로 경창산업 같은 부품업체에는 대대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외형 성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공급 업체 수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이는 곧 동일한 부품에 대한 공급업체 수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투자증권이 파악한 주요 중소형 부품업체들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14~2016년 5~6%대를 유지했지만 2017년부터 2% 수준으로 급격히 낮아졌다.
경창산업의 영업이익률 역시 4~5% 수준을 보이다 2%대로 떨어졌다. 또 외부차입에 따른 이자비용과 관계기업 투자손실이 더해져 수백억 원대 순손실이 발생했고, 그 영향으로 자본총계가 줄어 부채비율은 전년 250%에서 290%로 40%포인트 급증했다. 재무상태의 경우 장단기 차입금이 전년 2800억 원대에서 지난해 3000억 원대로 늘었다. 자산의 70%가량이 기계장치와 공장 등의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만큼 지속적인 시설투자가 필요한 반면 실적 회복이 더뎌 차입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창산업은 보그워너와 폭스바겐 등으로 매출처 다변화를 추진해 현대차그룹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또 유휴자산 매각고 투자 및 경비지출 제한, 설비 공용화, 장기 미회수 채권 정리뿐만 아니라 금융 여신 상환 일정 재협의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