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이 뭐길래… 기업 실적 ‘울고, 웃고’

입력 2019-04-10 15:26 수정 2019-04-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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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분기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데는, D램 반도체 불량 이슈에 따른 충당금 설정도 한몫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아마존에 납품한 서버용 D램 제품 일부에서 불량이 발견돼 아마존이 리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실적에도 반도체 불량에 따른 충당금이 3000억 원가량 반영됐다고 추정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고객사 관련 내용이어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삼성이 잠정실적 발표 전 실적 부진을 사전 고백(?)한 이유 가운데, 이 같은 이슈도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사정이 정 반대다. 기아차는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패소한 직후인 2017년 3분기 통상임금과 관련해 9777억 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하지만 지난달 노사 합의로 분쟁을 해소하며 이중 절반 가량을 올해 영업이익에 다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1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한 가운데, 충당금 탓에 일부 기업들의 실적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충당금은 통상 차기 이후 지출할 것이 확실한 특정 비용에 대비해 미리 각 기간 대차대조표 부채항목에 계상하는 금액을 말한다.

보통 기업들은 소송이나 리콜, 판매 중지 등 과거 사건 결과로 현재 법적 의무나 의제 의무가 존재할 경우 재무제표의 충당부채 계정을 통해 충당금을 쌓는다.

삼성전자의 작년 말 기준 충당부채는 4조3800억 원 규모다. 전년 4조2900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 올 1분기에는 D램 리콜 관련 충당금 영향으로 충당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충당부채는 보통 손익계산서에 비용으로 반영돼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과거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 소송 때도 수천 억 원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삼성SDI 역시 지난 2016년 3분기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 관련 충당금 등으로 인해 10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2016년 1분기에도 통상임금 충당비 6400억 원을 설정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기아차의 경우, 2017년 3분기 통상임금 패소가 최종 확정될 경우를 대비해 소급 지급할 급여 등 약 1조 원을 충당금으로 처리하며 10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태가 원만히 해결돼 쌓아놓은 충당금이 환입되며 영업으로 번 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 소송 해결에 따른 충당금 환입의 효과를 봤다. SK하이닉스도 램버스와 특허 소송이 잘 마무리되며 쌓아놓은 충당금 일부를 이익으로 환입한 바 있다.

또 올해 기아차는 충당금 환입 효과로 컨센서스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충당금은 기업 입장에서 일종의 보험”이라며 “또 제품 판매 증가로 인한 로열티 지급 증가 등 영업활동에 따른 자연스러운 충당금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근본 경쟁력이 꺾이지만 않는다면 충당금 증가로 인한 일시적인 실적 저하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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