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이 금호그룹의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계획’을 발표할 당시 채권단을 불러 자구안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금호그룹에서 제출한 자구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기 위해 채권단을 불렀다”며 “아직 회의가 끝나지 않았는데 자료를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산은이 “금호 측이 제출한 자구계획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의외라는 분석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보통 채권단회의는 산은이 주도적으로 한다”며 “심지어는 전날 회의를 통보하고 다음날 결론짓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산은이 일찌감치 자구안 내용을 공개한 것은 한마디로 평가를 유보했다는 것”이라며 “채권단 회의를 거쳤는데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면 추가적으로 요구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산은이 이미 금호그룹과 자구안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특히 금호그룹은 정치적 이해관계와 긴밀히 맞닿아있는 기업이다. 호남을 대표하는 그룹이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의 모태 금호고속의 전신은 광주여객과 광주택시다. 금융업계 고위관계자는 “금호그룹은 호남의 대표기업으로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미리 조율을 했을 것”이라며 “호남민심을 고려해 금호그룹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자구안을 도출한 뒤, 여론을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 경실련은 “정부와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가 호남지역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이란 점을 감안해 좀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민국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고용 인원만 해도 1만 명”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은 관계자는 “이번 내용은 전적으로 금호그룹에서 작성해서 전달한 것”이라며 “이제부터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올해 갚아야 할 채무 1조2000억 원 가운데 4000억 원은 채권단의 대출금이다. 이를 상환 유예·연장하는 내용으로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다시 맺자고 했다.
앞으로 관건은 여론과 다른 채권단의 반응이다. 이날 금호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은 한마디로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주식을 담보로 5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달라는 내용이다. 이를 활용해 그룹이 직면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담보분이 5000억 원의 가치와 맞먹냐는 데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고속은 비상장회사라 주식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면서 “가치평가를 따로 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5000억 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채권단 사이에서 부담을 얼마나 나눠 질지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