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올들어 S&P500 기업 중 주가 상승률 1, 2위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기업들이 나란히 차지했다.
1906년 설립된 제록스는 올해 상승폭이 71%에 달해 S&P500 종목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날도 주가가 1.8% 오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들어 70% 뛰며 제록스와 선두 다툼을 벌이는 화장품 대기업 코티(Coty)도 1904년 설립된 장수기업이다.
구닥다리 전자제품으로 취급받는 복사기가 주력인 제록스가 올해 시장에서 화려하게 비상하는 이유에 대해 CNN은 문서를 다루는 따분한 회사에서 좀 더 역동적인 기술기업으로 변모하려는 제록스의 과감한 베팅을 투자자들이 인정했다고 풀이했다.
행동주의 투자자인 칼 아이칸과 다윈 디슨은 지난해 제록스와 일본 후지필름의 합병 시도를 저지하는 것은 물론 당시 경영진을 쇄신했다. 아이칸과 디슨은 제프리 제이컵슨 당시 제록스 CEO가 회사를 헐값에 후지필름으로 넘기려 했다며 이사회를 설득해 제이컵슨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아이칸의 컨설턴트였던 존 비센틴이 지난해 5월 제록스의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배런스는 경영진 쇄신은 저평가된 주식에 초점을 맞추는 가치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이칸은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제록스의 최대주주이며 디슨은 약 4% 지분으로 4대 주주다.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스 등 기관투자자들이 전체 지분의 약 20%를 보유하고 있다.
비센틴 CEO는 또 현재 회사의 커다란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CNN은 강조했다. 그는 2월 연례 투자자 회동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좀 더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비센틴 CEO의 계획 중에는 제록스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처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도 있다. 제록스는 오는 5월 21일 주주총회를 열어 지주사 전환을 정식 결정한다.
제록스는 지주사 전환으로 인수·합병(M&A)을 더욱 수월하게 해 사업다각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세금 부담을 줄이고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을 좀 더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지주사 전환의 이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