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 세계 식품 인플레 촉발하나

입력 2019-04-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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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백신 없어 치사율 100%…3월 글로벌 돼지고기 가격 50% 이상 급등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돼지를 실은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뉴시스
▲중국 산둥성 지난시에 돼지를 실은 트럭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지난/뉴시스

중국발 아프리카돼지열병의 확산으로 전 세계 고기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처음 확진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한국과 몽골, 티베트, 베트남 등 아시아 주변국으로 확산해 전 세계 사육 돼지는 물론 돼지고기와 소시지 등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각국이 검역을 대폭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을 왕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염을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게서만 발생하는 가축전염병으로 현재까지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야생멧돼지, 오염된 돼지고기, 돼지 부산물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바이러스는 최장 3년간 잠복한 사례도 보고돼 바이러스 차단에 실패하면 양돈 사업 자체를 포기해야 할 만큼 파장이 심각하다.

중국 상하이 소재 투자회사 JC인텔리전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약 850만 t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보다 16% 줄어드는 것이다. 닭고기, 소고기, 생선 등 다른 육류 공급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700만 t의 돼지고기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돼지고기가 대체 불가능한 주식(主食)에 속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돼지고기 생산량 감소에 따라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CNBC는 지난달에만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이 전월보다 50%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은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한 걱정이 확산하자 10일 중국 농업농촌부 한장빙 부장(장관급)과의 심층 인터뷰를 보도했다. 한 부장은 “중국은 전 세계 돼지의 60%인 11억2000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에 대비해 완벽하고 효과적인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국민에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의례적으로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전염 속도는 눈에 띄게 줄었고 사육 돼지 수와 돼지고기 공급 상태 모두 안정적”이라며 “중국의 검역 작업은 명확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언급했다.

CNBC는 “중국 당국의 이런 발표는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미·중 무역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이러한 보도를 내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도 중국 당국의 발표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컨설팅업체 인터내셔널에프씨스톤의 앨런 수더만 애널리스트는 “중국에 있는 우리 직원들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금도 빠른 속도로 확산 중”이라며 “중국 당국은 그저 세계에 이 상황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지난해부터 매달 감염된 돼지를 살처분했는데도 질병 확산을 막지 못한 상황”이라며 “양돈업체들조차 사육을 두려워하고 있어서 중국의 돼지 사료 사용량은 올해 들어 적어도 40%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미국 북부와 남부의 돼지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돼지가 살처분 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상황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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