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히스토리, 결혼의 전제조건

입력 2019-04-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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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쁨 자본시장1부 기자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빌리자면 결혼은 고도의 사회학적 행위다. 히스토리를 가진 두 개인이 만나 새로운 히스토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결혼의 바탕에는 서로의 히스토리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전제돼 있다. 투자는 결혼과 비슷하다는 말이 있다. 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이는 건 해당 기업의 스토리를 공유하겠다는 의미다.

최근 주식시장은 허무맹랑한 지라시에도 휘청거리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악성 루머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퍼져나가면 틀림없이 주가는 흔들린다. 하루 새 시가총액 몇 억이 증발하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라는 조회공시 답변에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루머가 악재로 작용하는 시장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원인은 기업의 히스토리에 있다고 본다. 한국 기업들은 유독 투자자를 배려하는 정보 공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인다. 올초 이후에만 상장사 38곳이 불성실공시로 시장조치를 받았다. 흑자 실적을 공시한 지 한 달 만에 적자로 고치거나, 주가에 유리한 호재성 공시만 내보내다 적발된 곳도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최대주주가 3번 이상 바뀌기도 했다. 투자자는 사실 확인이 어려우니 단기성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히스토리가 좋은 기업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차곡차곡 쌓인 이야기가 모든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기업에 대한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공시가 유일하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회계법인이 작성하는 감사보고서가 유일한 공시인 기업들이 적지 않다. 경영 및 재무구조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등 불친절한 경우가 많다. 확실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으면 확실한 믿음도 생기지 않는다.

풍문에 민감한 기업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으면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믿음과 확신을 주는 것만큼 확실한 성공은 없다. 곱씹어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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