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케어’도 과속, 건보재정 거덜나면

입력 2019-04-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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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확대하는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을 내놓았다. 2017년 62.7%인 건보 보장률을 2022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 아래 당초 계획보다 급여항목을 늘리고, 영유아 진료 본인부담금 절반 수준 경감, 난임치료 혜택 등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여기에 6조4569억 원이 더 투입된다. 이에 따라 문재인 케어로 들어가는 돈이 올해 5조4027억 원을 비롯해 2023년까지 모두 41조584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재원이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겠지만 건보 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미 건보재정이 흔들리고 있다. 2011년부터 7년 연속 흑자를 유지해온 건보재정은 지난해 1778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문재인 케어로 의료 수요와 보험급여 지출이 급증한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부터 종합병원 2∼3인실 입원비나 일부 자기공명영상(MRI) 등 종전 비급여 항목에 건보 혜택을 주기 시작했다. 앞으로 항암치료나 초음파·MRI 검사 등의 보험 적용이 계속 확대되면서 적자가 쌓이는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보 적자를 올해 3조1636억 원 등 2023년까지 5년간 모두 9조5148억 원으로 추산했다. 부족한 재원은 그동안 흑자로 누적된 적립금을 헐어 쓰고, 건보료율을 높여 충당할 계획이다. 누적적립금은 작년 말 기준 20조5955억 원에 달한다. 2023년 이 규모를 11조1000억 원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주장이다. 그러나 보장성 강화와 고령인구 증가로 인한 진료비 팽창으로 적립금 고갈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건보 적립금이 2022년 11조5000억 원까지 쪼그라들고 2026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경고한 바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건보료율을 매년 3.49%, 2023년부터 3.2%씩 올릴 것을 예고해 놓고 있다. 현재 직장가입자 기준 건보료율은 6.46%인데, 몇 년 안에 현행법상 상한선인 8%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국민 부담, 직장가입자의 경우 절반을 내줘야 하는 기업의 비용지출이 급격히 늘어난다. 정부는 또 노인 외래진료비 정액제 혜택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고, 감기 등 경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에 갈 때 진료비 부담을 늘리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지만 재원대책으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

건보의 보장성 강화는 당연히 가야 할 방향이고 우선적인 복지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재정의 탄탄한 뒷받침이 없으면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더구나 한국 사회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전되고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다. 의료 수요와 보험 지출은 급증하는데 건보료를 낼 사람들은 감소하는 상황인 것이다.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 또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다.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전제한 문재인 케어의 속도조절, 재정 안정화를 위한 근본 대책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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